“반년만에 살 7kg 쏘옥… 전원생활 결코 만만치 않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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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실패담 다룬 신간 만화 ‘마당 씨의 좋은 시절’ 펴낸 홍연식 작가

홍연식 작가는 “삶의 체험담을 다룬 두 번째 책부터 주인공 캐릭터를 인간에서 고양이로 바꿨다. 이 덕분에 돌아가신 어머니 등 가족들 표정을 표현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홍연식 작가는 “삶의 체험담을 다룬 두 번째 책부터 주인공 캐릭터를 인간에서 고양이로 바꿨다. 이 덕분에 돌아가신 어머니 등 가족들 표정을 표현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야기가 지배하는 시대’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하지만 ‘무언가의 시대’에서는, 주류로 소비되지 못하는 비주류의 무언가가 소외되는 양상이 더 또렷해지기 마련이다.

420쪽짜리 두툼한 이야기를 한 권에 담은 신간 만화 ‘마당 씨의 좋은 시절’(우리나비)은 여러모로 주류가 아니다. 히트작 없는 40대 만화가가 아내, 아들과 함께 겪어낸 시골 살림의 막바지 이야기. 몽글몽글한 사랑담도, 뻑적지근한 액션도, 애간장 태우는 음모도 없다. 그저 한 서울 토박이가 멋모르고 시작한 농촌생활을 어떻게 거두고 도시로 돌아왔는지 차분히 그려 엮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홍연식 작가(46)는 “2005년 결혼 직후 경기 포천시 외곽 산중턱 주택에서 덜커덕 시작한 전원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된, 2011년 파주 농가에서의 경험담을 소재로 삼았다”고 말했다.

“포천 이야기를 담은 ‘불편하고 행복하게’(2012년)부터 줄곧 가족의 삶 얘기를 그려왔다. 2015년 낸 후속작 ‘마당 씨의 식탁’과 이번 책까지, 허구로 꾸며내 덧붙인 부분은 조금도 없다. 사진과 글로 남긴 일상의 기록덩어리에서 잔가지를 쳐낸 뒤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갈무리해 만화로 옮긴 거다.”

그림책 디자이너인 아내와 함께 살던 서울 동대문구의 한 출판사 작업실 겸용 아파트를 벗어나 아담한 신접살림을 차렸을 때, 그는 ‘당연히 도시보다 조용하고, 일에 집중 잘되고, 아내와 아이에게 평온함을 안겨줄 환경’을 기대했다. 오산이었다.

“시골생활 시작하고 반년 만에 체중이 7kg 빠졌다. 주택에 처음 살아보니 이것저것 관리할 잔일이 끊이지 않았다. 토박이들 공동체에서 노골적으로 소외되는 스트레스도 컸다. 이민까지 고려하다가 결국 현실을 직시하고 도시 외곽 공동주택에서 절충안을 찾기까지가 이번 책에 담은 사연이다.”

가사 배분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둘째를 유산한 뒤 갑상샘 질환을 앓은 아내를 돌보는 이야기도 모두 경험 그대로 가져왔다. 다음에 준비하고 있는 책은 부모에 대한 기억을 엮은 ‘가족 앨범’ 이야기. 통통 튀고 감칠맛 나는 매끈한 ‘주류 스타일’ 이야기를 그릴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글쎄. 내 이야기가 요즘 만화 시장 흐름에는 ‘엇박자’일 거다. 하지만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 가보고 나서 그 흐름이 한국에서의 현상일 뿐임을 알았다. 고민이야 계속하겠지만, 시장의 요구에 조금 덜 최적화된 호흡 긴 이야기 구조에 더 공들여볼 작정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귀농 실패담#만화 마당 씨의 좋은 시절#홍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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