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사회를 지배하는 모호한 관념이 발전 가로막아”

  • 동아일보

김훈 ‘남한산성’ 100쇄 기념간담회

소설가 김훈은 7일 “(조선의) 사대주의는 강자들 틈에서의 생존술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교과서에서도 정확히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학고재 제공
소설가 김훈은 7일 “(조선의) 사대주의는 강자들 틈에서의 생존술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교과서에서도 정확히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학고재 제공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 국가냐 아니냐’ 하는 질문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를 대하는 것 같은 몽롱하고 무지한 관념에 빠진 질문입니다. 북한은 강한 무력을 가진 군사적, 정치적 실체이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소설가 김훈 씨(69)는 7일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자신의 장편 ‘남한산성’(학고재) 100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의, 불의, 도덕 같은 모호한 관념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면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처럼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쇄에 담은 ‘못다 한 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전남 해남의 명량대첩 축제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같은 열차에 탄 김 전 대통령은 작가에게 “‘병자호란’에서 주화파와 척화파를 대표하는 최명길과 김상헌 가운데 어느 편이냐”고 물었고 작가는 “아무 편도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최명길을 긍정한다”고 했다고 한다.

김 씨는 “불굴의 민주투사 김대중이 주화파 최명길에 대해 그토록 긍정적인 이해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타협할 수 없는 이념의 지향성과 당면한 현실의 절벽 사이에 몸을 갈면서 인고의 세월을 버텨내며 길을 열어간 그분의 생애를 나는 생각했다”고 썼다.

‘남한산성’은 2007년 4월 출간돼 지금까지 100쇄, 60만 부를 찍었다. 100쇄는 화가 문봉선의 그림 27점이 담긴 ‘아트 에디션’으로 제작됐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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