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한 범죄오락 영화들.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범죄 이야기를 다룬 배우 한석규 주연의 ‘프리즌’(첫번째 사진)과 신종 범죄사기극을 다룬 ‘원라인’(두번째 사진), 게임을 소재로 활용한 범죄오락 영화 ‘조작된 도시’. 쇼박스·NEW·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조직폭력배나 경찰, 검사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고 장면마다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극장가를 가득 메우던 범죄오락 영화의 인기가 한풀 꺾인 것일까. ‘조작된 도시’부터 ‘원라인’까지 연초부터 관련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됐지만 성적은 신통치가 않다. 5월 현재까지 최고 성적을 낸 범죄오락 영화는 배우 한석규의 악역 연기 변신이 돋보인 ‘프리즌’(293만 명)이다. ‘웰컴 투 동막골’을 연출한 박광현 감독의 복귀작 ‘조작된 도시’는 범죄오락 영화치곤 신선한 전개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251만 명, 조진웅 주연의 범죄 스릴러물 ‘해빙’은 120만 명, 임시완 주연의 한국형 범죄오락 영화 ‘원라인’은 43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
○ 한풀 꺾인 범죄오락 영화
그간 한국 극장가는 범죄오락 영화의 ‘전성시대’였다.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섞인 이들 영화는 자극적인 표현과 ‘나쁜 짓 하면 벌 받는다’는 결말로 통쾌함을 안겨주며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해엔 살인 누명을 쓴 검사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 ‘검사외전’이 97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2위를 기록했고, 2015년엔 온갖 악행을 일삼던 재벌 3세와 이를 소탕하려는 경찰의 대결을 그린 ‘베테랑’이 1341만 관객을 끌며 그해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박스오피스를 살펴봐도 이 장르의 영화들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다단계 사기극을 그린 ‘마스터’(2016년)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탓에 전반적인 극장 관객 수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도 714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내부자들’(2015년)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707만 명의 관객으로 전체 흥행 5위를 기록했다. 2013년엔 ‘더 테러 라이브’ ‘감시자들’ ‘신세계’ 같은 범죄오락 영화가 이어졌고, 2012년에도 ‘범죄와의 전쟁’(472만 명·흥행 8위)과 ‘도둑들’(1298만 명·2위)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 관객 피로도 증가 원인
하지만 올해 들어 범죄오락 장르의 흥행이 이전보다 주춤한 추세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자료에서 “시대상을 반영한 범죄영화가 흥행 장르로 굳어지며 제작 편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영화적 완성도에 비해 저조한 흥행 결과의 원인을 범죄 영화에 대한 관객의 피로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지난해와 올해 같은 기간(1∼4월)의 흥행 상위 50위 영화를 살펴보면 범죄오락 영화 편수는 6편에서 8편으로 늘었지만, 평균 관객 수는 14만 명가량 줄었다”면서 “최근의 답답한 정치 현실 탓에 굳이 영화관에서까지 잔혹하고 어두운 영화를 보기 싫어하는 관객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비슷한 범죄오락 영화 일변도의 극장가에선 애니메이션과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외국 영화가 틈을 파고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미녀와 야수’(513만 명)와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356만 명)이 대표적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국내 관객들이 액션과 드라마 요소가 섞인 범죄오락 장르 영화를 선호하는 만큼 계속 이 장르의 영화가 나오겠지만 차별화에 주력하지 않는다면 예전 같은 흥행을 기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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