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비춘 그림, 그림이 된 현실

김지영기자 입력 2017-05-02 03:00수정 2017-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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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박수근미술상 황재형展, DDP 갤러리문에서 21일까지
광부의 환한 웃음이 인상적인 작품 ‘건들마’.
“많은 화가들이 여행자나 지나가는 관찰자로서 사물을 보고 있었다면 그는 돌멩이와 나무 하나, 그리고 오막살이와 그 안의 사람들 마음속에까지 깊숙이 들어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아가서 그는 그림에 인생을, 인생에 그림을 바치고 있었다.”

소설가 황석영 씨가 화가 황재형 씨의 인생과 작품에 대해 한 말이다. 강원 태백에서 30여 년 머물면서 광부들의 삶을 화폭에 담아온 화가 황재형 씨의 전시회가 개최된다. 21일까지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열리는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전’이다.

지난해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심사위원단은 “관찰자의 그림이 아닌, 삶과 일치하는 예술 작업을 견지해 온 흔치 않은 작가”라고 황 씨를 평했다. 오랜 예술가 친구 황석영 씨의 얘기와 일치하는 평가다.

이번 전시회에서 황재형 화가 특유의 “묵직하고 탄탄한 사실주의 화법으로 강렬하게 표현된 인간의 삶과 자연의 모습”(심사위원단)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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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들마’나 ‘한 잔 들어’ 같은 작품이 그렇다. 1984년 작 ‘한 잔 들어’와 2012년 작 ‘건들마’에는 30년 가까운 시차가 있지만 주인공 광부의 웃음은 그대로다. 어두운 잿빛 색채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지만, 그 안에서 광부는 천진하게 웃고 있다. 노동의 정직함이 담긴 웃음은 2012년 작품에서 오히려 더욱 환하다. 땀 흘리며 일하던 중 건들마(남쪽에서 불어오는 초가을의 선들선들한 바람)에 한숨 돌리는 듯한 표정이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씨는 이 같은 작품들에 대해 “무슨 거창한 구호가 아닌 소박한 일상사의 한 단면에서 작가는 속 깊은 주장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과장법 없이 묘사된 탄광촌의 독특한 모습에서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민중의 삶을 확인하게 된다”고 말한다.

황재형 씨는 작품에서 어두운 회색, 검푸른 색, 재색 등 탄광을 연상시키는 색채를 놓지 않는다. 봄 풍경과 꽃, 길섶 등 자연 풍경에도 이 색채는 일관되게 쓰인다.

가령 ‘사북의 탄길’에서 작가가 묘사한 탄광 가는 길은 거칠고 투박하다. ‘남겨진 것들’은 초가집과 의자로만 이뤄졌다. 인물 하나 나오지 않는 이 풍경들은 아름답기보다 쓸쓸하다.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 작가인 황재형 씨의 작품 ‘탄천의 노을’. 탄광촌의 개울물에 반사된 노을빛이 애잔하다. 황재형 씨는 탄광촌 그림을 통해서 현실에 발 디딘 예술 세계의 단단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탄천의 노을’은 흐르는 작은 개울물을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제목엔 ‘노을’로 돼 있지만, 실제 작품은 저녁에 가까울 정도의 색을 사용했다. 개울물에 반사되는 노을빛은 화려하기보다는 처절하다. 그 빛이 “조형적 표현과 강조가 아닌 현실에서 나와서”(정영목 서울대 교수)다.

전시는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현대미술관과 별채인 박수근파빌리온에서도 열린다. 박수근미술관 현대미술관에서는 내년 4월 15일까지, 파빌리온에서는 10월 22일까지 개최된다. DDP 갤러리문 관람료는 무료, 박수근미술관은 1000∼3000원.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박수근미술상#황재형#ddp 갤러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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