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꽃대궐서 ‘고꽃놀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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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들 사이 봄놀이 대세로

덕수궁 내 봄꽃 사진 명소로 손꼽히는 석어당 전경. 이곳은 임진왜란으로 피란을 갔던 선조가 돌아와 임시로 정치를 행했던 곳으로, 봄마다 살구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펴 ‘고꽃놀이’ 인기 장소 중 하나다. 문화재청 제공
덕수궁 내 봄꽃 사진 명소로 손꼽히는 석어당 전경. 이곳은 임진왜란으로 피란을 갔던 선조가 돌아와 임시로 정치를 행했던 곳으로, 봄마다 살구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펴 ‘고꽃놀이’ 인기 장소 중 하나다. 문화재청 제공
“봄철 꽃놀이의 대세는 ‘고꽃놀이’죠.”

벚꽃, 개나리, 목련 등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 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최근 꽃놀이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조선시대 건축물인 고궁과 벚꽃, 매화, 생강나무 꽃, 산수유 꽃 등 다양한 봄꽃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고궁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고궁 꽃놀이는 ‘고꽃놀이’로 통한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에서 꽃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은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게 새로운 놀이문화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복을 입고 창덕궁을 찾아 봄꽃을 즐기는 네 살배기 어린이(위 사진)와 창경궁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 큰 호응을 얻은 이지현 씨.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한복을 입고 창덕궁을 찾아 봄꽃을 즐기는 네 살배기 어린이(위 사진)와 창경궁에서 인증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 큰 호응을 얻은 이지현 씨.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12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를 달아 고궁으로 검색하면 2만7288개의 봄철 고궁 꽃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올라와 있다. #고궁스타그램, #고궁익스프레스, #고궁산책 등의 검색어로도 수백∼수천 개의 꽃놀이 사진을 볼 수 있다.

나이 든 어르신들도 아닌데 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고꽃놀이’가 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유는 뭘까. 최근 덕수궁에서 한복을 입고 찍은 꽃놀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대학생 이지영 씨(22)는 “꽃보다 인파에 치이는 여의도나 경남 진해 등 유명한 벚꽃 명소보다는 고궁에서 한적하게 각종 봄꽃을 즐기는 게 최근 트렌드”라며 “한복을 입고 고궁을 찾으면 마치 내가 조선시대로 돌아가 궁에서 봄을 만끽하는 특별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이지현 씨(20)는 전통 건축물과 봄꽃의 조화를 고꽃놀이의 매력으로 꼽았다. “고궁에 심어진 나무들은 관리도 잘돼 있고, 오랜 시간 자라 세월의 흔적까지 있어 사진 찍기 좋습니다. 특히 봄꽃 구경과 역사 체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요즘 친구들 사이에 인기예요.”

고꽃놀이는 20대 젊은 여성뿐 아니라 어린 자녀를 둔 3040세대에서도 인기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주부 심은미 씨(33)는 최근 네 살배기 딸과 창덕궁에서 꽃놀이를 즐겼다. 그는 딸에게 한복을 입혀 딸이 꽃밭을 뛰어다니거나 꽃 향을 맡고 있는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팔로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서울에서 가장 빨리 봄꽃을 만날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창덕궁”이라며 “창덕궁 매화는 예쁜 걸로 워낙 유명해 아이와 추억을 쌓기 위해 찾았다”고 했다.

경복궁과 덕수궁 창경궁 등 고궁의 봄꽃 개화 시기는 이달 중순부터 20일 사이다.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 홈페이지에는 봄철마다 종류별 개화 시기와 꽃이 만개한 주요 장소 등이 보기 좋게 정리돼 있다. 경복궁은 현재 매화와 개나리, 살구꽃, 능수벚꽃, 산수유 꽃, 앵두나무 꽃 등이 만개해 있고, 덕수궁은 수양벚나무 꽃, 벚꽃, 살구꽃, 미선나무 꽃 등이 인기 봄꽃으로 꼽힌다. 창경궁 역시 400년 된 매화나무를 비롯해 한국에만 있는 미선나무에 핀 꽃, 산수유 꽃이 고꽃놀이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봄철#꽃놀이#고궁#고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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