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메신저 캐릭터 룩에서 자동차 룩까지… 파격 컬래버레이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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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박승건 디자이너의 ‘푸시 버튼’과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캐릭터 ‘라인 프렌즈’와의 협업으로 화제를 모은 ‘PLF’의 컬렉션. PLF 제공
박승건 디자이너의 ‘푸시 버튼’과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캐릭터 ‘라인 프렌즈’와의 협업으로 화제를 모은 ‘PLF’의 컬렉션. PLF 제공
‘어디에나 있으면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열린 2017년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의 문을 연 ‘PLF’ 쇼 얘기다. 박승건 디자이너의 ‘푸시 버튼’과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의 이모티콘 캐릭터 ‘라인 프렌즈’가 만난 패션 브랜드 ‘PLF’의 정체가 처음 드러나는 자리였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파크(DDP)의 굽이진 둘레길을 활용한 쇼장은 마치 코너에서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별안간 튀어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브라운, 샐리, 제임스 같은 눈에 익은 캐릭터들은 화이트 셔츠 원피스 위에 그래피티처럼 그려 넣어지거나 팬츠 포켓 바로 위, 셔츠의 프린팅, 티셔츠 레터링에 속에 숨어 있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눈을 크게 떠야 했지만, 동시에 어디에나 숨어 있어 의상에 위트를 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황, 녹색, 형광 노랑 등 과감하고 화려한 컬러에 오버사이즈 핏의 의상은 최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스트리트 감수성을 듬뿍 담아내고 있었다.

컬래버레이션 열풍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는 전혀 다른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이 두드러졌다. 특히 오프닝 쇼를 신진 브랜드라면 신진 브랜드라 할 수 있는 PLF에 맡기고, 서울패션위크 무대로는 처음으로 둘레길을 쇼장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뉴 라이즈’와 패션 디자이너 3인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 ‘쏘나타 콜렉션’ 쇼 역시 서울패션위크 사상 최초로 자동차가 캣워크를 선보인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쇼는 일반 시민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어울림 광장 야외에서 진행됐다. 고태용, 계한희, 한상혁 디자이너가 쏘나타 뉴 라이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전용 커버를 씌운 차량이 등장한 뒤, 그 연장선에서 디자인된 의상을 선보였다.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 클로젯’.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 클로젯’.
그중에서도 자칫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기기 쉬운 자동차에 크리스털이 박힌 피시넷 스타킹을 씌운 계한희 디자이너의 선택이 눈에 뛰었다. 몸에 꼭 맞도록 재단해 섹시미를 한껏 살린 점프 슈트나, 튜브톱과 와이드 팬츠에 허리까지 올라오는 피시넷 스타킹을 레이어링해 과감히 노출한 의상이 눈에 띄었다. 고태용 디자이너는 검은색 바탕에 자동차와 칵테일, 과일 등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아이콘을 프린트한 전용 커버를 제작하고 유스 컬처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을 선보였다. 한상혁 디자이너는 테이프로 래핑한 듯한 느낌의 커버와 남성미 넘치는 의상을 ‘쏘나타 뉴 라이즈 룩’으로 제안했다.

복고풍부터 스트리트 컬처까지

왼쪽부터 정미선 디자이너의 ‘노케’, 이보현디자이너의 ‘슈퍼콤마비’.
왼쪽부터 정미선 디자이너의 ‘노케’, 이보현
디자이너의 ‘슈퍼콤마비’.
이번 시즌 서울패션위크는 다양한 트렌드의 각축장이기도 했다. 이보현 디자이너의 ‘슈퍼콤마비’는 ‘서울 키즈’를 테마로 밝고 경쾌하게 꾸며졌다. 2017년 ‘서울 키즈’의 개성에 1970, 80년대를 살았던 ‘서울 키즈’에 대한 동경을 더한 모던 레트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블랙, 화이트, 그레이를 기본 색조로 하되 비비드한 컬러의 아이템을 믹스 매치하고, 오버 사이즈 피트의 패딩 위에 티셔츠를 입거나 비뚤게 의상을 연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일링했다. 특히 강승현, 수주, 아이린 등 유명 모델이 대거 런웨이에서 눈길을 끌었다.

스트리트 컬처에서 주로 영감을 받는 김희진 디자이너는 자신의 브랜드 ‘KIMMY J’ 쇼 무대에서 쓰레기와 환경미화원에서 모티브를 따온 의상을 선보였다. 환경미화원 복장에서 흔히 봐왔던 형광 노랑에 핑크, 라일락 컬러 등 과감한 컬러 매치에 이리저리 찢어진 듯 슬릿이 들어간 원피스, 디스트로이드 디테일이 강렬한 청바지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감성을 드러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새롭게 재해석한 디자이너도 있었다. ‘젠더 매치’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진태옥(JINTEOK)의 컬렉션은 역시 과거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반대로 관능미를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1930년대 풍의 클래식 재킷, 1970년대의 와이드 팬츠와 1980년대의 파워 슈트 등이 어우러진 의상을 입은 모델들은 매니시룩의 아이콘인 할리우드 배우 마를렌 디트리히를 연상케 했다. 올해로 30년을 맞은 ‘데무’는 블랙과 화이트를 메인 컬러로 한 특유의 미니멀한 의상을 선보였다. ‘미스 지 컬렉션’ 역시 파리 벨 에포크 시대를 연상케 하는 페미닌한 의상으로 런웨이를 장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서울패션위크#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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