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문수 “난타는 내 인생의 동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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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맞은 난타 공연… 탄생부터 함께한 배우 김문수

난타의 극중 역할인 매니저 복장을 한 배우 김문수. 공연을 본 외국인들이 “그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으면 “김치를 먹어서 그렇다”고 답한단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난타의 극중 역할인 매니저 복장을 한 배우 김문수. 공연을 본 외국인들이 “그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으면 “김치를 먹어서 그렇다”고 답한단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발가벗은 세 살짜리 남자아이가 젓가락으로 냄비를 두드리고 옹알거리며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깔깔깔 웃고 난리가 났다. 운명이었을까. 아이는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에 20년간 출연하며 냄비, 도마, 프라이팬 등을 두드리고 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난타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무대를 지키고 있는 배우 김문수(52)다. 그는 8년간 헤드 셰프 역을 맡은 후 12년째 매니저 역을 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난타극장에서 지난달 28일 그를 만났다. 그는 “송승환 PMC프러덕션 회장과 작품을 만들 때부터 오래갈 것이라 예감했다. 그만큼 힘과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가 한 행사장에서 망가진 냉장고와 청소기, 양동이 등을 두드리며 공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송 회장이 찾아오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송 회장은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던 중이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 단원 등도 합류해 연구한 끝에 1997년 10월 탄생한 ‘옥동자’ 난타는 55개국에서 공연됐다. 현재 서울 명동, 충정로, 홍대와 제주를 비롯해 중국 광저우, 태국 방콕까지 6곳의 전용극장에서 상설 공연 중이다. 20주년을 맞아 전용공연장(659석)과 객실 204개를 갖춘 ‘호텔난타제주’(지하 2층, 지상 5층)가 한라산 인근에 17일 문을 연다. 가히 ‘난타 왕국’이라 부를 만하다. 배우 류승룡, 김원해 등이 난타 출신이다.

그는 20년간 단 한 번도 공연을 펑크 낸 적이 없다.

“연극을 할 때 선배들에게서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무대에 서야 한다’고 배웠어요. 그 신념을 지키는 건 제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도 해요. 난타 배우 중 최고령이지만 수영, 걷기를 꾸준히 해서 체력은 짱짱하답니다. 하하.”

이런 그에게 송 회장은 20주년 기념행사 때 순금 칼이 도마에 세로로 박힌 기념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관객들이 웃으면 뜨거운 기운이 막 솟구쳐요. 막이 내릴 때면 매번 울컥해요.”

일주일에 많게는 14회가량 무대에 오른 적도 있지만 요즘은 4, 5회 공연한다.

사건도 많았다. 칼을 자유자재로 휘두르고 두드리는 고난도 기술을 구사하다 손이 베여 세 번이나 수술을 받았고, 칼날 조각이 오른쪽 눈썹에 튀어 꿰매기도 했다.

“수프 통을 엎어 무대 전체에 수프가 좍 쏟아진 적도 있었어요. 헤드 셰프 역을 할 때였는데, 공연의 일부인 것처럼 셰프 역 배우들에게 화를 내며 닦으라고 지시해 같이 바닥을 닦은 후 공연했죠.”

영국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로 유럽 투어를 처음 나갔을 때 하루 공연하고 이동하는 일정이 이어져 군대보다 더 힘들었단다. 하지만 잊지 못할 벅찬 감격을 맛봤다.

“네덜란드에서 50대 현지 여성이 엔딩 때 머플러를 손에 쥐고 마구 흔드는 모습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그는 첫 공연 때 썼던 상모(농악대가 쓰는 모자)를 수선해 지금도 쓰고 있다. 상모를 볼 때마다 20년간의 기억이 떠오른다. 무대에 설 때마다 늘 새롭단다. 싱글인 그는 “난타는 내 인생의 동반자”라며 눈을 찡긋거렸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배우 김문수#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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