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5년부터 고객이 자신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담는 ‘자화상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4 사진사는 카메라를 남에게 쉽게 내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카메라를 선뜻 고객에게 내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5 “사진을 찍을수록 사진의 본질에 대해 고민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지금을 있는 그대로 찍은 뒤 인화해 찍은 사람과 함께 나이 먹어가도록 만든 ‘물질’이 사진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6 색이 바래지 않는 디지털 사진엔 시간의 켜가 쌓이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사진에 담긴 ‘현재’를 떠올리기 위해선 ‘시간의 손때’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7 이것이 그가 수작업으로 인화하는 흑백 은염사진(감광재료로 은을 사용한 사진)만을 찍는 이유이고 자화상프로그램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8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진짜 모습을 사진으로 갖고 있지 않아요. 사진 찍어주는 사람 앞에서 억지로 웃거나 포즈를 취하며 부자연스러워집니다. 게다가 찍은 사진은 예쁘게 만들기 위해 보정하죠. 당장은 세련되고 예뻐 보일 수 있지만 10년 뒤 그 사진을 보며 당시의 진짜 내 모습을 떠올리긴 쉽지 않죠. 정제되지 않은 인물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9 그는 우선 사진사인 자신부터 스튜디오에서 빠지기로 했습니다.
그는 고객에게 누구의 아들과 딸 어떤 직업인이 아닌 스스로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모든 관계를 벗어던진 나 자신을 알고 있는지 질문한 뒤 카메라를 세팅하고 사진사는 스튜디오를 떠나죠.
#.10 이후의 시간은 고객의 몫입니다. 스튜디오에 놓인 거울을 보며 10분이든 15분이든 혼자 사진사의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려야 하죠. 스튜디오의 앰프로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들어도 됩니다.
#.11 내가 누구인지 확신이 생기면 스스로 원격 셔터를 눌러 자신의 사진을 찍습니다.
2년간 약 80명이 카메라 앞에 서서 홀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12 김 대표는 서울예술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패션지와 여성지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만 30년 가까이 찍었습니다.
#.13 자화상 프로젝트는 그의 30년간의 고민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14 “사진은 기록입니다. 겉모습뿐 아니라 사진을 찍었던 환경, 분위기, 기억이 모두 담기죠. 이 스튜디오에서 찍은 자화상엔 진짜 나에 대해 홀로 고민한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꼭 사진관이 아니더라도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조금 안 예쁘게 나와도 괜찮아요. 몇 년 뒤 진짜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은 이 한 장뿐일 테니까요.” -김현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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