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저 멀리 내 고향…’ 절절한 그리움 시 속에 맺혔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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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의 노래/조동일 엮음/240쪽·1만5000원/내마음의바다

 ‘뱃사람은 먼 섬에서 얻은 것 있어/고요한 물결에 집으로 돌아간다./나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괴로움이 아닌 무엇을 얻었는가?//나를 키워주던 그대 거룩한 강가여,/사랑의 괴로움을 진정시켜 주겠나./어린 시절의 숲이여, 돌아가면/나를 다시 편안하게 해주겠나?’

(횔덜린 ‘고향’)

 고향을 떠나온 시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마음에 사랑의 상처를 갖고 있는 그는 고향에서 위로받기를 바란다. “고향 상실은 결핍의 하나이다. 시인은 결핍 때문에, 결핍을 보완하려고 서정시를 쓴다.” 실향(失鄕)에 대한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의 해석이다.

 조 교수는 저서 ‘한국문학통사’(전 6권)로 잘 알려진 국문학자다. 그가 선보인 ‘서정시 동서고금 모두 하나’는 우리 시와 일본, 영국, 프랑스, 중국, 독일의 시편들을 엮어 번역하고 해설한 시리즈다. ‘실향의 노래’는 그 첫 권이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시편마다 절절하다. 두보는 ‘돌아갈 꿈’이라는 시에서 ‘길은 때때로 통하다가 막히고,/강산은 날마다 적막하고 쓸쓸하네./목숨 연명하는 한 늙은이 신세,/반란 토벌이 세 조정을 지났네’라면서, 전란으로 고향을 떠나 돌아가지 못한 지 오래된 절망스러운 심정을 노래한다. W B 예이츠의 ‘호수 섬 이니스프리’에서는 실제의 고향이 아닌 마음의 고향을 가리키는 ‘이니스프리’로 가고자 하는 소망을 읽게 된다. ‘나는 이제 일어나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거기서 진흙과 욋가지로 작은 오두막을 짓고/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 통 하나를 두고,/벌 소리 요란한 공터에서 혼자서 살리라.’

 공들여 고른 시편마다 함께한 해석이 명쾌하다. 여타의 배경이 아닌 작품 자체를 오롯이 바라보고자 한 엮은이의 노력이 엿보인다. 각국의 서정시를 한데 모아 읽어낸 이 작업을 통해 사람의 마음결은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별의 노래’ ‘유랑의 노래’ ‘위안의 노래’ ‘자성의 노래’가 함께 나왔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실향의 노래#조동일#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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