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리가 사랑하는 제품디자인, 원래 모습은 어떨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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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예술/도미니크 포레스트 외 6인 지음/문경자 이원경 임명주 옮김/928쪽·5만8000원·미메시스

‘판톤 의자’로 유명한 덴마크 디자이너 베르네르 판톤이 1970년 한 전시에 선보인 ‘환상적 세계’. 미메시스 제공
‘판톤 의자’로 유명한 덴마크 디자이너 베르네르 판톤이 1970년 한 전시에 선보인 ‘환상적 세계’. 미메시스 제공
 내용도 편집도 원서보다 번역본이 한결 나은 책이다. 표지 제목에 붙인 괄호는 빼는 편이 나았겠지만.

 영역은 대개 제품디자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현재까지 공산품 디자인의 변화 양상을 미국, 스칸디나비아, 독일과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일본,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 8개 지역으로 나눠 기술했다.

 대표 저자인 도미니크 포레스트는 프랑스 파리 장식미술박물관 학예책임자다. 그 밖에 네덜란드 미술관 학예사, 이탈리아 예술디자인학교 교장, 영국 런던 왕립예술학교 교수 등이 저술에 참여했다.

 글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읽는 재미는 당연한 듯 떨어진다. 3분의 1쯤 겨우 훑어본 뒤 대학 시절 ‘디자인의 이해’ 정도의 어중간한 타이틀을 내건 교양수업 강의실에 앉아 졸면서 ‘오늘 저녁에 뭐할까’ 고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책의 무게감과 부피감은 목침을 연상시킨다. 책꽂이에 올려두기 폼 나는 책임은 틀림없다. 굳이 옆면 번역 제목에까지 괄호가 붙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제품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 이 책은 분명 유용한 자료다. 손꼽는 재벌가 일원이 아닌 다음에야 모든 디자인 사례를 실물로 경험할 방도는 없다. 번역본 담당자가 깔끔하게 재정리한 도판을 죽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 글은 덤이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제품의 디자인 원형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또렷이 확인시켜 준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업데이트 재료는 현재가 아닌 과거에 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디자인의 예술#도미니크 포레스트#제품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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