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대국서 불계승… 2승 1패
“딥젠고, 두달새 엄청 강해져 6개월 후에는 내가 질지도 몰라”
프로기사 조치훈 9단(60·사진)이 일본판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2승 1패로 승리했다. 조 9단은 23일 오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일본기원에서 인공지능(AI) 딥젠고(DeepZenGo)와 세 번째 대국을 벌여 팽팽한 승부 끝에 167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딥젠고는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 바둑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도쿄대 연구진 등이 3월부터 머리를 맞대고 만든 AI로 알파고처럼 인간 두뇌를 모방한 딥러닝 기술이 적용됐다.
조 9단은 19일 첫 대국에선 초반에 밀렸으나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음 날 두 번째 대국에서는 AI가 초반부터 조 9단을 밀어붙인 끝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조 9단은 이날 3차 대국을 마친 뒤 “로봇이나 기계와 둔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치 사람과 두는 것 같았다”며 “강한 곳은 강하지만 약한 곳은 약하다. 오히려 인간미가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또 “2개월 전에 봤을 때는 이길 자신이 있었는데 (딥젠고가) 단기간에 엄청나게 강해졌다. 6개월 후에는 내가 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개발자인 가토 히데키(加藤英樹) 씨는 “1국에서는 시간 배분 등에서 준비가 부족했다. 2국은 운이 좋아 승리했지만 3국에선 완패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보완하면 더 강해질 것”이라면서 “내년 3월까지는 올 3월의 알파고 수준 이상으로 만들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일본 바둑계의 전설로 불리는 조 9단은 6세 때 일본에 건너가 기타니 미노루(木谷實) 9단 문하에서 수련했으며 일본기원 사상 최연소인 11세 9개월에 입단했다. 현재 일본 바둑 사상 최다승(74회) 기록을 갖고 있다. 6월에는 일본 바둑계 최고 권위 호칭 중 하나인 ‘명예 명인’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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