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입사거부서’ 7년간 1000여통 보낸 취준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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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귀사의 채용 공고에서 몇 가지 오류를 발견하였습니다.―입사거부서(쥘리앵 프레비외·클·2016년) 》
 

 “귀사에서 제안한 일자리를 거절합니다.” 그는 기업들에 보낸 입사지원서에 이런 식의 문장들을 담았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자 화가 나 회사가 입사를 거절하기 전에 본인이 먼저 ‘퇴짜’를 놓겠다는 마음에서 이런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는 채용공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예를 들어 신문에 실린 한 공고에는 ‘성공적인 삶을 원한다면…’ ‘인턴 임금으론 최저 임금의 65%가 보장됩니다’ 등이 담겨 있었다. 그는 “성공적인 삶과 박한 임금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7년간 ‘입사거부서’를 1000여 통 보냈다. 답신이 돌아온 건 고작 50여 통에 불과했다. 그가 보낸 편지 내용을 감안하면 적잖은 답장을 받은 셈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답장도 그가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 그가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통보 형식의 문구만이 담겨 있었다. 회사가 지원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보내는 전형적인 공문서 형식의 편지였다.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지 편지를 제대로 읽어보기나 한 걸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의 진심 어린 고백을 들어줄 수 있는 회사나 기관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편지를 둘러싼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그의 편지는 프랑스 사회의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미대를 졸업한 그가 자신이 쓴 입사거부서와 회사의 답장, 채용공고를 묶어 전시장에 걸었던 게 결정적이었다. 마침내 그의 ‘작품’은 프랑스 사회를 뜨겁게 달궜고, 프랑스는 2014년 가장 권위 있는 예술상으로 인정받는 ‘마르셀 뒤샹 예술가상’을 그에게 주었다. ‘채용 문화에 던지는 신랄한 일침’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취업시즌이 시작됐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취업전쟁이 심각하다. 책에서 소개한 입사거부서에는 국내의 취업준비생이면 누구나 한 번쯤 써보고 싶었던 말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그래서 이 책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해 보인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입사거부서#쥘리앵 프레비외#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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