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포천아트밸리와 채석장의 추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경기 포천시 천주산의 옛 채석장.
경기 포천시 천주산의 옛 채석장.
 경기 포천시 천주산은 아름다운 산이다. 그곳 한 자락에 아트밸리가 있다. 깎아지른 듯 좌우로 우뚝 솟은 암벽, 그 사이로 쫙 펼쳐진 푸른 호수. 이를 배경으로 공연과 전시가 펼쳐진다.

 이곳은 원래 채석장이었다. 화강암 채석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부터. 국토 개발과 함께 토목건축 사업이 활발해지던 때였다. 산업자재로 화강암의 수요가 늘어나자 아름답던 천주산 자락의 화강암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포천의 화강암(포천석)은 우리나라 3대 화강암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빛깔이 밝고 화강암 고유의 무늬가 아름다운 데다 재질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회의사당, 세종문화회관, 대법원, 경찰청, 인천공항, 복원 청계천 등 곳곳에 포천석이 사용되었다. 외화 획득을 위해 해외로 수출하기도 했다.

 30년 넘게 채석을 하면서 포천석은 인기를 누렸지만 천주산은 황폐해졌다. 산 중간이 잘려 나가 암벽이 노출돼 경관이 망가졌다. 양질의 화강암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자 2002년 채석을 중단했다. 천주산 채석장은 한동안 방치되다 포천시의 노력으로 2009년 문화예술 공간 아트밸리로 다시 태어났다. 산업유산인 폐채석장의 변신은 매우 드문 일이다.

 잘려 나간 바위산은 세월의 풍화로 인해 오히려 독특하고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채석 작업으로 깊게 파인 땅은 지하수가 차면서 자연스레 초록빛 호수(수심 20m)로 변했다. 야간 조명을 받으면 더욱 환상적이다. 역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화강암과 채석장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화가 박수근은 강원 양구에서 태어났지만 1950, 60년대 서울 창신동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당시 창신동엔 채석장이 있었다. 박수근은 늘 채석장의 화강암을 보았고, 그 덕분에 바위의 질감을 화면에 구현할 수 있었다. 1960년대 시인 김광섭은 ‘성북동 비둘기’에서 ‘채석장 포성’에 놀라 밀려난 비둘기의 아픔을 노래했다.

 채석장은 산업화시대 우리의 흔적 가운데 하나다. 포천아트밸리에서 그 흔적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아트밸리 진입로 상공에 설치한 모노레일이다. 환경이 파괴된 지역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되살리면서 굳이 인공의 모노레일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상처를 딛고 새로운 문화경관으로 다시 태어난 천주산 채석장. 모노레일이 그 경관을 막아서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 kplee@donga.com
#천주산#천주산 옛 채석장#포천아트밸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