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란 말이 있다. 처음엔 태산을 흔들 정도로 요란했으나 결국 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는 건데 시작만 번지르르하고 결과가 시원찮을 때 쓴다. 이처럼 네발 달린 짐승을 셀 때 보통 필(匹)을 쓴다. 말도 한 필, 두 필처럼 ‘필’로 센다.
일본도 모든 네발 달린 동물을 필로 세는데 유독 토끼만 새 등 조류에 쓰는 와(羽)를 붙여 센다. 그 이유는 뭘까.
저자는 일본에서 청소년기를 지내고 대학은 한국에서 나온 재일교포. 아이 둘을 낳은 뒤 한국으로 영주 귀국해 현재 백석예술대 외국인학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와 번역서를 합쳐 60권을 넘게 냈지만 저자 스스로 일본의 문화와 풍습에 대해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
그는 토끼를 왜 새처럼 세는지, 각자내기(더치페이) 문화는 어떤지, 골든위크(4월말부터 5월초까지 연휴 기간) 이후 앓는 5월병이 뭔지 등등 일본에 어렸을 때부터 살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52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이끈다.
주로 저자의 체험을 녹여냈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불편한 이웃’인 두 나라의 융합과 화해를 말한다는 출판사의 거창한 서평은 제쳐두고 싶다. 그저 저자의 손을 잡고 따라가 술술 책장을 넘기다보면 일본과 일본인의 속살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가 서문에 쓴 대로 ‘관광버스를 타고 도쿄타워에 간 적은 없지만 요코하마의 후미진 소바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