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브렉시트 주역들의 권력다툼 흥미진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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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지의 캐머런’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6월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이후 영국 서점가에는 브렉시트 주역들의 뒷이야기를 다룬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수당과 연정으로 정부를 이끈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전 대표는 다음 달 낼 자서전에서 브렉시트에 대해 상당 부분 다룰 것이라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미디어 담당이었던 크레이그 올리버도 캐머런을 비롯해 조지 오즈번 전 재무장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가장 큰 서점 체인인 워터스톤스는 ‘브렉시트에 얽힌 배경과 후폭풍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책’ 13권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10번지의 캐머런’(Cameron at 10·사진)이다. 지난해 10월 처음 출간된 이 책은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마거릿 대처 등의 전기를 집필한 작가 앤서니 셸던과 BBC라디오4 기자 피터 스노든이 함께 쓴 것으로, 브렉시트 부분을 보강해 지난달 재출간했다.

책은 캐머런이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 처음 입성한 2010년 5월 11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캐머런 정부는 13년 만에 보수당이 재집권한 데다 200년 만에 선출된 가장 젊은 총리가 이끈다는 점 외에도 정치색이 완전히 다른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연합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두 정당의 시작은 공고했지만 예산안 삭감, 투표법 개정, 대학 등록금 인상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책은 예산안 삭감을 둘러싼 갈등,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와 리비아 내전 참전, 런던 올림픽 개최, ‘작은 정부’ 정책 비전의 부상과 몰락, 앤디 쿨슨 미디어 홍보담당관이 연루된 도청 스캔들 등 캐머런 정부의 업적과 실패를 차례로 다룬다. 캐머런의 생각과 행보, 각료들과의 협력과 대립을 바로 옆에서 관찰한 듯 생생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역시 관심을 모은 부분은 브렉시트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게 된 원인과 그 과정에서 생긴 보수당 내의 권력 다툼, 캐머런의 친한 친구였던 마이클 고브 당시 법무장관과 믿었던 동료인 보리스 존슨 당시 런던 시장의 배신을 다룬 마지막 두 챕터일 것이다.

혹자는 2013년 캐머런이 다보스포럼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을 두고 경솔하게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캐머런에 동정 어린 어조로 국민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사정을 설명한다. 집권당인 보수당은 예전부터 EU에 가입한 것에 회의적이었다. 그리스 사태, 시리아 난민 문제 등이 이어지자 원로 의원들이 회의론에 불을 지폈고 중진 및 초선 의원들의 정치적 야심이 더해져 캐머런으로서는 국민투표 외에는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언론은 캐머런이 곧 자서전을 집필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비판, 동정심이 가득한 시선에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
#10번지의 캐머런#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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