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다 더 탐나는 판촉용 ‘북 굿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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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모양 베개-머그컵 등 히트… 선물 받으려 일부러 책 사기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 베개(위)와 ‘죽이는 책’ 냄비 받침. 책 베개와 냄비 받침은 ‘북 굿즈’를 각인시킨 대표적인 상품이다. 전은지 씨 제공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책 베개(위)와 ‘죽이는 책’ 냄비 받침. 책 베개와 냄비 받침은 ‘북 굿즈’를 각인시킨 대표적인 상품이다. 전은지 씨 제공
“책, 아직도 읽기만 하세요? 우린 베고, 덮고, 마셔요.”

회사원 강수림 씨(31)는 최근 한 온라인서점에서 책 4권(5만4000원)을 구입했다. 평소 낱권 구입을 선호하던 그가 한꺼번에 책을 산 이유는 선물로 주는 베개 때문이었다.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 표지가 새겨진 한정판 베개였기에 탐이 났던 것. 강 씨는 “2014년 이후로 ‘책 베개’ 등 책 관련 상품을 모으면서부터 예전엔 빌려 보던 책도 일부러 구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점가에서 이 같은 ‘북 굿즈’(book goods·책을 소재로 디자인한 상품)가 큰 인기다. 주로 대형서점에서 이벤트 성격으로 제작하는데 베개나 노트, 컵, 담요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북 굿즈 모임이 만들어질 정도로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문화 아이템을 굿즈로 만드는 건 원래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자신들이 좋아하던 상품을 자체 제작해 공동 구매하며 시장이 형성됐다. 도서 분야로 넘어온 것은 2012년 전후로 알려져 있다. 한 온라인서점이 ‘그날들’, ‘프로파간다’ 등 책 5권의 표지를 활용해 만든 노트를 내놓은 이후 북 굿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북 굿즈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베개. ‘무진기행’을 비롯해 프란츠 카프카의 ‘꿈’이나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으로 만든 베개는 몇 년째 구하려는 사람이 줄을 잇는 스테디셀러. 소비자층이 두꺼워지면서 물건을 보는 눈도 높아졌다. 한 서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북 굿즈를 단순한 증정품으로 여기지 않고 예술적 가치를 중대시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의 조선아 마케팅팀장은 “2014년부터 전체 매출이 해마다 13∼14%씩 늘고 있는데 북 굿즈 마케팅도 일조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북 굿즈#무진기행#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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