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솔직히 추태 아닐까. 8일 저녁 방영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어서옵SHOW’는 보는 순간 외마디 비명이 새어 나왔다. MC인 배우 이서진(45)이 무려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어린 여가수 김세정(20)을 대놓고 저런 흐뭇한 표정으로 껴안다니…. 커플 성사의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이 장면이 눈에 거슬렸던 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나 보다. 이날 시청자 게시판에는 ‘돌발 스킨십’에 항의하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한 시청자는 “예능에서 러브 라인은 흔하고 뻔한 일이지만 도가 한참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사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분노가 폭발한 건 단지 이번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5월 6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5분에 방영되는 KBS 2TV ‘어서옵SHOW’는 이서진과 가수 김종국, 방송인 노홍철 등 ‘잘나가는’ MC들이 진행하는 소위 ‘황금시간대’ 예능이다. 그런데 같은 시간대의 경쟁 프로그램인 나영석 PD의 tvN ‘신서유기2’ ‘삼시세끼 고창편’에 압박을 느낀 탓일까. 요즘 부쩍 무리한 러브 라인을 자주 등장시키며 원성을 산다.
특히 요즘 ‘아재 팬’들도 격하게 아낀다는 김세정이 보조MC로 나오며 논란이 커졌다. 사랑엔 나이도 국경도 없다는 건 안다. 허나 적게 봐도 삼촌 조카뻘인 이들이 커플댄스라니. 심지어 김종국은 김세정과 가상결혼까지 했다. ‘어서옵SHOW’는 남성 출연자들의 사심 채우기를 위한 ‘판타지 예능’이란 말인가.
물론 예능에서 러브 라인은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악마의 유혹’이다. SBS는 2006년 ‘X맨 일요일이 좋다’(그때도 김종국-윤은혜) 때 재미를 보더니 지금도 ‘런닝맨’에서 송지효 개리 커플을 내세우고 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아예 대놓고 가상 부부 예능을 표방하고 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말리고 싶다. 한 시청자는 “김세정이 초짜 신인이라 이서진 같은 A급들에게 아무 말 못하는 듯”이라고 해석했다. 일종의 권력 불평등이 야기한 강압성도 엿보였단 얘기다. 뭐,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려니 싶다가도…. 여성 입장에서 ‘내가 세정이라면’ 하고 상상해 보니 갑자기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이것도 직장 내 성희롱(연예인 버전) 아닐지. 어디다 신고라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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