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를 찾아서 갔다가 도요새에 반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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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분짜리 애니메이션 ‘파이퍼’

애니메이션 ‘파이퍼’. 새의 깃털부터 바닷물 거품까지 모든 것이 리얼하게 표현됐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애니메이션 ‘파이퍼’. 새의 깃털부터 바닷물 거품까지 모든 것이 리얼하게 표현됐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물고기 보러 갔다가 도요새와 사랑에 빠졌네.’

6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를 보러 간 관객은 예상치 못한 로맨스를 마주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맞선 자리에 나갔다 옆 테이블 이성한테 맘을 뺏긴 느낌이랄까. 본편 ‘도리를…’에 앞서 상영하는 6분짜리 애니메이션 ‘파이퍼(Piper)’ 얘기다.

물론 ‘도리…’도 재밌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2003년)의 인기 캐릭터인 물고기 도리가 주인공인 영화는 현재 108만 명(11일 기준)이 찾으며 순항 중. 그런데 온라인에선 파이퍼에 대한 애정이 더 뜨겁다. 유튜브에 공개된 파이퍼 예고편(24초)은 157만 회나 재생됐다. ‘실제 다큐멘터리 같다’ ‘본편을 뛰어넘는 감동’ 등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파이퍼는 도요새가 주인공. 밀물에 휩쓸려 모래에 처박힌 뒤에 파도를 무서워하게 된 아기 새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바닷가 최고의 조개 잡이로 거듭난다는 줄거리다. 스토리는 짧지만 매력적이다. 꼬마 관객은 작은 새가 혼자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부모 관객은 ‘아이 스스로 자라게 둬도 좋다’는 메시지에 뭉클해진다. 파도와 모래알 등은 진짜보다 더 자연스러워 디테일을 중시하는 픽사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돼 있다.

본 영화 전에 ‘오프닝 단편’을 상영하는 건 픽사의 오랜 전통. 1999년 ‘토이스토리2’ 앞에 상영한 단편 ‘럭소 주니어’를 시작으로 16편이 관객을 만났다. 파이퍼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년) ‘몬스터 대학교’(2013년)에서 수석 애니메이터였던 앨런 바릴라오의 첫 연출작. 이 단편에 장장 3년이나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화제를 모은 도요새 깃털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수백만 개의 깃털 섬유를 수작업으로 시뮬레이션했다.

파이퍼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연 다큐는 ‘예민한’ 피사체를 찍다 보니 멀리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 착안해 파이퍼는 일부러 ‘긴 초점 렌즈’로 찍은 듯한 효과를 준 것이다.

파이퍼가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픽사의 목마름을 해갈해 줄지도 관심거리. 픽사는 2001년 ‘새들의 이야기’로 수상한 이래 거의 해마다 후보에 올랐지만 15년 동안 아쉬움만 삼켰다. 근사하게 날개를 펼친 아기 도요새가 꿈에 그리던 조개(아카데미상)를 시원스레 물어올까.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파이퍼#도요새#도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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