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아이비 “내 안의 애교 깨워준 고마운 위키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7일 05시 45분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아이비가 초대형 뮤지컬 ‘위키드’의 글린다로 관객과 만난다. ‘섹시가수’ 이미지를 훌훌 벗어던지고 깜찍하면서도 엉뚱 발랄한 글린다로 변신한 아이비를 재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아이비가 초대형 뮤지컬 ‘위키드’의 글린다로 관객과 만난다. ‘섹시가수’ 이미지를 훌훌 벗어던지고 깜찍하면서도 엉뚱 발랄한 글린다로 변신한 아이비를 재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 뮤지컬 ‘위키드’ 아이비

아이비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의 ‘색안경’이 있는 듯하다. 일단 ‘섹시한(또는 했던) 가수’로만 보는 눈, 그리고 ‘생긴 대로(?) 굴 것’이라는 눈, 마지막으로 ‘춤은 잘 추겠지만 노래는 립싱크나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년간 무대 안팎에서 매의 눈으로 지켜 본 결론은 이렇다. 대낮에 길 가다 맨홀 구멍에 빠져 골로 가는 수가 있으니 저런 엉터리 색안경은 얼른 벗어 던져버리라는 것이다. 실은 정반대다.

만나자마자 아이비에게 직구 하나를 던졌다.

“이제 더 이상 섹시하지 않아요. 서운하지 않습니까?”

아이비는 요즘 초대작 뮤지컬 ‘위키드’에서 깜찍하고 발랄하면서도 엉뚱한 데가 있는 금발의 마녀 ‘글린다’로 살고 있다. 그러니까, 섹시하고는 거리가 먼 캐릭터다.

“괜찮아요. (섹시한 거) 많이 했으니까. 제가 가진 이미지 중 하나일 뿐이고. 골고루 해 봐야죠. 멋있는 것도 해야 하는데(웃음).”

위키드는 5월18일 대구에서 먼저 개막했고, 지금은 서울공연 개막을 앞두고 ‘초록돌풍’에 시동을 걸고 있는 중이다. 아이비는 “이런 엄청난 대작에 캐스팅됐다는 게 아직도 얼떨떨하다”라고 했다.

“내가 위키드를 진짜 하고 있구나 하고 실감할 때는 역시 무대에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내가 할 때가 아니라 엘파바가 ‘디파잉 그래비티’를 부르며 허공으로 날아오를 때라는 거다. 내가 이런 작품을 하고 있구나. 정말 행운아구나 싶어진다.”

아이비는 원래 위키드 팬이었다. 해외 내한공연, 한국배우들의 라이선스 공연을 모두 다 객석에서 보았다. 옥주현(엘파바)과 정선아(글린다)의 공연을 봤지만 “단 한 번도 내 작품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유린타운에서 밝고 백치미가 있는 여주인공을 했는데, 공연을 보러 오신 남경주 선배님이 ‘너 왜 글린다 안 하냐. 오디션 꼭 봐라’고 하셨다. 이후로도 여러 배우들이 자꾸 글린다를 추천하더라. 기분이 묘했다.”

유린타운에 출연하면서 위키드 오디션을 준비했다. 아이비는 “새벽 2시까지 집에서 되지도 않는 성악 넘버 연습을 했다”며 웃었다.

● 섹시를 벗고 엉뚱발랄 마법 소녀로 변신

섹시 가수로 데뷔했지만 사실 아이비는 섹시하고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성장했다. 군인집안이었는지라 3군 통합기지가 있는 계룡대 시골에서 남자 아이들과 도룡뇽을 잡으러 다니며 놀았다. 섹시 가수 이미지가 덧씌워졌지만 실제 모습은 섹시하지도 애교스럽지도 않았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글린다로) 연기를 하면 동료배우들이 ‘이게 무슨 연기냐’고 한다. ‘이게 연기면 메소드’라고. 애교가 정말 자연스럽다는데 정말 그런가. 글린다 하면서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애교를 찾았다. 여성스러워진 것 같다(웃음).”

아이비가 생각하는 글린다는 이렇다. 금수저가 아니라 다이아몬드수저쯤 되는 글린다는 얄밉고 못됐다. 친구인 척 다가가 사람들 앞에서 엘파바를 망신 주는 행위는 요즘으로 치면 가난한 친구를 괴롭히고 왕따 시키는 못된 부잣집 여자아이와 다를 게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결국은 사랑스러운 존재가 글린다이다. 순수함과 얄미움이 한 끗 차이로 달라진다. 그걸 표현해야 하는데. 아직도 무대에서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비는 “외모는 얄미운 역에 내가 딱인 것 같아서, 그 점은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깔깔 웃었다.

댄스가수 아이비만 기억하는 사람들은 위키드를 꼭 한 번 봐두는 것이 좋겠다. 사실 아이비는 댄스곡 못지않게 발라드도 많이 부른 가수다. 붉은 섹시함과 순백의 단아함을 동시에 갖춘 신비한 음색, 섬세한 표현력을 갖고 있다. 슬픔을 속이 뒤집히도록 토해내기 보다는(이런 건 엘파바 차지연의 전매특허일 것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돌아서는 감성을 참 잘 그려낸다. 게다가 이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글린다의 명넘버 ‘파퓰러’는 아이비의 재발견을 위한 ‘제대로 된’ 색안경을 당신에게 씌워줄 것이다.

뮤지컬 배우가 된 이후 위키드 커튼콜에서 처음으로 기립박수란 걸 받아봤다는 아이비는 “놓치시면 200% 후회하실 겁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지연, 박혜나, 아이비, 정선아의 초록빛 매력이 물결치는 위키드는 7월12일부터 8월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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