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만 하면 문제가 싹 해결되는 음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용기를 주고, 하늘을 팡팡 날게 해준다면? 엉뚱잼잼 마녀는 얼렁뚱땅 잼을 만드는 게 특기다. 한데 빈 구석이 좀, 아니 제법 많다.
생일을 맞은 용 드랭을 위해 구렁이잼을 만들기로 마음먹지만 덩치 큰 구렁이를 잡는 건 만만찮은 일. 결국 지렁이로 대신한다. 드랭은 냠냠 맛나게 잼을 먹지만 이걸 어째, 요란한 재채기와 함께 불을 뿜고 만다. 몇 해 전 감기를 심하게 앓은 후부터 불을 못 뿜었던 드랭이 말이다. 알고 보니 지렁이 알레르기가 드랭의 불씨를 살려낸 것이다!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지만 그 덕분에 예쁜 용이 드랭을 쫓아다니게 됐다.
용기를 주는 당근잼이 필요한 토끼 폴린은 잼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밤에 핀 바닐라꽃을 따러 길을 나선다. 부엉이에게 잡힐 뻔한 위기를 맞지만 두더지의 도움으로 무사히 바닐라꽃을 따 온다. 자랑스럽게 바닐라꽃을 내민 폴린은 마녀가 정신없이 만들어준 잼을 안고 환호하며 떠난다. 어, 그런데 마녀의 창가에 뭔가가 하늘거린다. 아차, 바닐라꽃이다. 마녀는 건망증에 좋은 깜빡깜빡 호박잼 만들기에 나선다.
발랄한 상상력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가 사랑스럽다. 산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감기 몸살로 앓아눕는다면 어떻게 될지, 아가들이 실제 걱정할(?) 수도 있을 법한 상황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숲 속 동물들과 마녀의 다채롭고도 생생한 표정은 웃음을 선사한다. 단숨에 읽기보다는 에피소드별로 중간에서 읽기를 멈추고 이후 이야기를 상상해 보면 놀이처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책고래아이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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