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시스템-넘버-스토리’ 완벽한 3박자에 전 세계 4900만 팬 열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의 흥행 법칙

뮤지컬 ‘위키드’는 2013년 마지막 주인 12월 23일부터 29일까지 한 주 동안 입장 수익이 320만 1333달러(약 
35억원)를 기록하며 주간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도 공인 인증됐다. 설앤컴퍼니 제공
뮤지컬 ‘위키드’는 2013년 마지막 주인 12월 23일부터 29일까지 한 주 동안 입장 수익이 320만 1333달러(약 35억원)를 기록하며 주간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도 공인 인증됐다. 설앤컴퍼니 제공
“연습이 굉장히 힘들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어요. 무대에 섰을 때도 몸의 방향까지 정확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매우 힘들었어요.”

뮤지컬 ‘위키드’의 금발 인기녀인 글린다 역을 맡은 아이비는 2012년 위키드 호주팀 내한공연 두 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 한 번 등 총 3차례 위키드 공연을 관람할 정도로 이번 역할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보는 것과 실제로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달랐다. 그만큼 위키드는 모든 것이 시스템적으로 철저하게 준비돼 있다.

철저한 시스템은 이 작품의 인기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많은 요소들이 결합해 위키드는 지금까지 전 세계 4900만 명이 관람했고, 39억 달러의 흥행기록을 세우며 블록버스터 뮤지컬로 명실상부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누적관객만 60만 명을 넘어섰다.

위키드는 글린다의 손짓과 엘파바의 발동작에 맞춰 조명, 오케스트라, 무대 세트, 앙상블 의 움직임이 다 맞춰져 있다. 초록마녀 엘파바 역을 맡은 박혜나는 “위키드는 정말 철저한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내가 그 속에서 자유로워질 때 캐릭터가 살아있을 수 있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음표 하나, 음절 하나마다 정해진 큐 사인에 맞춰 이야기가 펼쳐진다. 양주인 음악감독은 “음절 큐로만 따지만 1000여 개가 된다. 거의 0.1초 만에 지휘자의 손이 나가야 할 때도 있다. 너무 힘들다보니 1주일에 3∼4번은 마사지를 받는다”고 했다. 작품 중 ‘원 쇼트 데이’ 넘버는 가장 많은 큐사인이 나오는 장면으로 100개 정도다.

또 다른 인기 요소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중독성 있는 뮤지컬 넘버들의 멜로디다. 위키드는 17인조의 오케스트라가 공연마다 연주한다. 퍼커션도 100개 정도의 악기로 구성됐다. 퍼커션 중 샌드페이퍼 등은 국내에 없어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중력을 벗어나’ ‘너로 인하여’ ‘파퓰러’ 등 대표적인 넘버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멜로디의 풍성한 22곡이 하나같이 다 매력적이다. 특히 엘파바의 ‘중력을 벗어나’는 초반부 멜로디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수록된 ‘오버 더 레인보’의 리듬을 따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매력적인 스토리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말콤 램 테크니컬 슈퍼바이저는 “위키드가 시각적으로 화려한 작품이라 해도 좋은 스토리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토리가 잘 받쳐줬기에 기술적인 부분도 빛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상적인 동화와 같은 에메랄드 시티 속 두 마녀의 우정,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과 맞닿아 있다. ‘좋다고’만 주장하는 정치, 다름을 차별로 대하는 사회 등 보는 사람마다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2003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도 적지 않다. 무대의 95%가 자동화,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이뤄지는 54번의 장면전환, 줄도 없이 무대 위 4m 높이로의 비상, 무대를 위아래는 물론 좌우로 매끄럽게 오가는 버블 머신 등을 둘러싼 비밀은 여전히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7월 12일∼8월 28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2시, 7시, 수요일 마티네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4만 원. ‘1565 캠페인’에 따라 8∼15세(2009년 7월 이전∼2001년 이후 출생)와 65세 이상(1951년 이전 출생) 관객에게 관람료를 50% 덜어주고, 이들과 함께 오는 일반 관객도 10%를 할인해 준다. 1577-3363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