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권오병]관광객과 주민의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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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보통 생각하는 관광지나 체험거리는 비슷비슷하다. 나 역시 제주로 이주해 올 때 맑은 바다와 주변 산책길,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박물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즐겁게 누렸다. 시간이 흐르고 주변 환경이나 정보들을 더 접하게 되자 관광객이 아닌 주민으로서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씩 늘게 되었다.

이웃에 사는 맘씨 좋은 형님이 카라반 숙박업을 준비하다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바로 계획을 접었다. 당시 손님들에게 서비스하려고 구입한 카약이 여러 대 있었는데 그것까지는 처분하지 않고 이웃들과 나눠 타며 수상 레저를 즐기고 있다. 덕분에 카약을 타고 편도 2km 되는 비양도도 몇 차례 왕복했고 카약 낚시를 즐기기도 한다. 한번은 카약을 타고 차귀도 주변 탐방을 했는데 바다 한가운데에서 돌고래 떼를 만나기도 했다. 실제로 본 야생 돌고래는 덩치가 제법 컸다. 발치에서 점프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친구의 어선을 타고 추자도에서 한림까지 오는 경험을 했다. 오가는 날치도 구경하고 사자바위 같은 추자도의 여러 모습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겨울이면 제주 곳곳에 주황빛의 감귤 밭이 화폭처럼 펼쳐진다. 감귤 농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가끔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거나, 사정상 밭을 놀리는 경우도 있다. 겨울이면 이런 감귤 밭에 가서 하루 종일 감귤을 따고 싶은 만큼 딴다.

시원한 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돈내코 같은 계곡은 주로 이곳 주민들이 자주 찾는 피서지다. 우리 가족도 집 앞이 바다이고, 해수욕장이지만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 한낮에는 30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시원한 그늘을 찾아 계곡으로 간다. 수도권에서는 30분이면 짧은 이동 거리라고 생각하지만 여기 주민들은 30∼40분 출근길도 꽤 멀다고 여긴다.

동네마다 용천수, 즉 민물이 지하에서 솟는다. 비가 내리면 땅으로 스며들어 그 지하수가 바다 가까운 동네에서 솟아난다. 한여름에도 용천수의 수온이 계곡물처럼 낮아 어른들도 물에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도 지천이다. 많은 오름 중에서 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그중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야가 확 뚫리는 곳이 있는데 서쪽으로는 금악오름, 남쪽으로는 군산오름이 바로 그런 곳이다. 금악오름은 북서쪽에서 남서쪽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산방산에서 멀지 않은 군산오름에서는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이런 경험을 하거나 이런 관광지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제주에 정보를 물을 만한 지인이 있거나 기회가 닿는다면, 제주의 또 다른 맛을 찾고 느껴보기 바란다.

※필자(43)는 서울에서 헤드헌터로 일하다 4년 전 제주 제주시 한림읍으로 이주해 현재 대학에서 진로상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권오병
#제주#관광객#추자도#감귤 밭#용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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