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연기, 톡톡 튀는 4인4색 매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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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더블캐스팅 주연들

뮤지컬 ‘위키드’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위키드는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영원한 흥행작’으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총매출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가 넘을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서도 2013년 11월 한국어로 초연돼 11개월간 33만 명이 관람했다.

7월 서울 공연을 앞두고 한 달여간 대구 공연에 나선 ‘위키드’를 미리 맛봤다. 초록마녀 엘파바 역의 차지연과 박혜나, 금발 인기녀인 ‘글린다’ 역의 초연 멤버 정선아와 아이비…. 주인공 4명의 무대를 모두 관람한 뒤 비교해봤다.

○ 카리스마 차지연 vs 안정된 무대 박혜나


뮤지컬 ‘위키드’의 새로운 엘파바로 무대에 선 배우 차지연(위)과 초연 멤버로 다시 엘파바 역을 맡은 박혜나. 차지연은 카리스마가 강한 엘파바를, 박혜나는 긍정적인 엘파바를 그린다.
뮤지컬 ‘위키드’의 새로운 엘파바로 무대에 선 배우 차지연(위)과 초연 멤버로 다시 엘파바 역을 맡은 박혜나. 차지연은 카리스마가 강한 엘파바를, 박혜나는 긍정적인 엘파바를 그린다.
역시 ‘차지연’이었다. 역대 엘파바 역을 연기한 여배우 중 가장 매력적인 엘파바를 선보였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연출가 리사 일구일로가 그를 ‘무대 위에서 굉장히 강한 존재감이 있는 배우’ ‘엘파바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있어 굉장한 능력을 지닌 배우’라고 칭찬할 만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존재감이 남달랐다. 172cm의 큰 키와 긴 팔다리는 초록마녀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는 피부색이 달라 늘 남들과 섞이지 못하고 위협적 존재로 취급받는 엘파바 캐릭터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에게 납득시켰다. 내면은 누구보다 여리고 착하지만, 사람들의 삐뚤어진 시선에 맞서 강한 척 싸우는 엘파바의 양면적 모습을 잘 표현해 냈다. 가창력 역시 뛰어났다. 특히 고음에서 몸 안의 에너지를 전부 토해내듯 강렬했다.

초연 멤버 박혜나는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으로 극을 이끌었다. 차지연의 엘파바가 한이 느껴지는 캐릭터였다면, 박혜나의 엘파바는 보다 밝고 착한 느낌이 강했다. 특히 위키드 초연 때부터 호평을 받아온 박혜나는 시원한 가창력을 선보여 귀를 즐겁게 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렛잇고’ 한국어 버전의 주인공인 그는 고음 처리가 뛰어났다. ‘위키드’의 대표 넘버인 ‘디파잉 그래비티’에선 박혜나의 진가가 발휘됐다.

○ 통통 튀는 정선아 vs 사랑스러운 아이비

말괄량이 인기녀 글린다를 연기하는 정선아(위)와 아이비. 정선아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발랄한 글린다를, 아이비는 바비 인형처럼 순수하고 예쁜 글린다를 완성했다. 클립서비스 제공
말괄량이 인기녀 글린다를 연기하는 정선아(위)와 아이비. 정선아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발랄한 글린다를, 아이비는 바비 인형처럼 순수하고 예쁜 글린다를 완성했다. 클립서비스 제공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엘 우즈 쌍둥이 캐릭터처럼 사랑스러운 금발 미녀 ‘글린다’를 연기하는 두 배우는 상반된 매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초연 멤버 정선아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무대를 흔들었다. 그의 글린다는 마치 ‘신여성’처럼 주체적인 여성으로 비쳤다. 주인공 엘파바, 글린다를 연기한 배우 4명을 통틀어 무대에서 애드리브를 가장 많이 구사하는 등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비는 가창력과 연기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전 작품들과 달리 성악 발성이 유독 많은 글린다의 넘버를 잘 소화했다. 성량도 훨씬 풍부해졌다. 연출가 리사 일구일로가 아이비의 글린다에 대해 “달콤함 그 자체”라고 평가했는데, 실제로 무대 위 글린다 아이비는 마치 바비 인형 같았다. 정선아가 다소 쾌활한 글린다를 그려냈다면, 아이비는 만인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글린다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연기력도 안정적이었다. 기존의 섹시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다.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게 된 점이 눈에 띄었다.

‘위키드’는 6월 19일까지 대구계명아트센터, 7월 12일∼8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4만 원, 1577-3363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뮤지컬#위키드#차지연#박혜나#정선아#아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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