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권 작가 “스퍼맨… 이름부터 야하지 않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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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웹툰 ‘스퍼맨’의 하일권 작가

네이버 웹툰 조회수 1위를 기록한 ‘스퍼맨’의 작가 하일권 씨는 “음침하기보다는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성인만화를 그리고 있다”며 “단순히 야하고 웃기기보다는 궁극적으로 히어로가 된 한 사람의 희생을 담고 싶다”고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네이버 웹툰 조회수 1위를 기록한 ‘스퍼맨’의 작가 하일권 씨는 “음침하기보다는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성인만화를 그리고 있다”며 “단순히 야하고 웃기기보다는 궁극적으로 히어로가 된 한 사람의 희생을 담고 싶다”고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웹툰 작가로는 드물게 자신의 만화 그림들을 소재로 한 아트북을 최근 발표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바로 ‘거시기’한 이야기를 하기가 기자도 부끄러웠나보다.

“웹툰은 스토리와 창의성이 뛰어나지만 작화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웹툰 그림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0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 작업실에서 웹툰 작가 하일권 씨(34)를 만났다. 단어부터 고상한 아트북 이야기부터 꺼낸 것은 이날 인터뷰 주제가 그의 신작 19금 웹툰 ‘스퍼맨’이기 때문. 스퍼맨은 왕성한 성욕으로 슈퍼 정자(sperm)를 보유하게 된 대학생 김기두가 슈퍼히어로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외된 이들을 주인공 삼아 서정적인 작품을 주로 그려와 ‘제2의 강풀’로도 불렸던 그가 왜 19금 웹툰을 그렸을까.

“다들 자신이 갖지 못한 특수한 힘에 열광하잖아요. 하지만 기존 미국식 히어로와는 다르게 그리고 싶었어요. 어떤 힘을 가진 영웅을 만들까 고민했죠. ‘먹방’이 대세니까 식욕을 힘으로 쓰는 히어로를 생각하다 성욕(性慾)이 딱 떠올랐어요.”

주인공이 야한 상상을 한 후 스퍼맨으로 변신한 모습. 스퍼맨 슈트는 핑크빛 콘돔 재질로 만들어졌다. 네이버 제공
주인공이 야한 상상을 한 후 스퍼맨으로 변신한 모습. 스퍼맨 슈트는 핑크빛 콘돔 재질로 만들어졌다. 네이버 제공
기두는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야한 생각을 한다. 발기를 해야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스퍼맨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 스퍼맨은 직접적인 노출이나 성행위 장면은 없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가 특유의 창의력과 B급 유머로 화제가 됐고 성인웹툰으로는 드물게 포털(네이버)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처음 그릴 때는 좀 부끄러웠어요. 하하. ‘야시시’한 분위기를 내야 하는데 잘 안 그려졌죠. 그래서 일본 AV(성인영화) 보면서 연구도 하고…. 스스로 부끄럼을 내려놓고 본능에 충실하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도 ‘웃기기만 하지 야한 것이 부족하다’는 독자들이 많아요.”(웃음)

하 씨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며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 진학한 후 만화작가로 진로를 바꿨다. 2006년 포털사이트에 처음 올린 ‘삼봉이발소’로 데뷔했다. 그는 이발사가 사람들을 구한다는 설정의 이 작품을 비롯해 ‘왕따’ 학생과 소녀로봇의 사랑을 다룬 ‘3단합체 김창남’, 세계 최고의 때밀이(세신사)가 되려는 주인공을 그린 ‘목욕의 신’ 등 평범한 소재를 창의적 아이디어로 작품과 연결시킨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어릴 적 집이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성곽 쪽 꼭대기였어요. 반면 초등학교는 성북동이라 매일 40, 50분은 산언덕을 혼자 걸어 다녔죠. 걷기가 힘들다보니 재미있는 공상을 하며 잊으려 했어요. 동대문 성벽과 이어지는 계단을 걷는 순간 계단이 하늘로 움직인다든지….”

인터뷰를 끝내며 그는 스퍼맨을 시작으로 슈퍼히어로 작품을 더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히어로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받고 사람들을 구해주는 이야기는 어떨까요? 히어로 영업부서가 있고 슈퍼히어로 대리, 부장도 있고요. 우리의 삶과 밀접한 ‘생계형’ 히어로를 그리고 싶어요. 이게 한국형 슈퍼히어로 아닐까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스퍼맨#하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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