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美 음반업계 뒷담화 로큰롤 야사 엿보는 재미 쏠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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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작 미드 ‘바이닐’

미국과 국내에서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 ‘바이닐’. 드라마는 음반사 회의실, 녹음 스튜디오, 공연장을 오가며 1970년대 음악 산업계의 뒷 얘기를 생생히 들려준다. 티캐스트 제공
미국과 국내에서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 ‘바이닐’. 드라마는 음반사 회의실, 녹음 스튜디오, 공연장을 오가며 1970년대 음악 산업계의 뒷 얘기를 생생히 들려준다. 티캐스트 제공
‘앨범 판매량을 부풀리고 재고는 몰래 바닷물에 첨벙, 술 먹여 알딸딸하게 만든 뒤 음반 계약 맺기, 코카인과 미인계를 활용한 가수와 방송국 접대….’

미국 HBO의 10부작 드라마 ‘바이닐(Vinyl)’은 1970년대 초중반 미국 뉴욕의 음반사 ‘아메리칸 센추리 레코드’(이하 ACR)를 배경으로 음반업계 뒷얘기를 툭 터놓는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2월 첫 방송 이전부터 음악계에 큰 화제가 됐다.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공동 제작자인 데다 재거의 아들 제임스 재거가 신인 밴드의 보컬 역을 맡았다. 국내에서는 케이블 채널 ‘스크린’이 3월 29일부터 매주 화, 수 오전 9시 ‘바이닐: 응답하라 락앤롤’이란 제목으로 방영 중이다.

주인공인 ACR의 사장 리치 피네스트라(보비 캐너베일)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독일의 폴리그램사(社)와 매각 협상을 벌인다. 그는 우연히 라디오 방송국 사장의 살해에 가담한 뒤 불안 증세를 보이며 끊었던 코카인에 다시 손댄다. 회사 매각을 없던 일로 한 그는 직원들에게 ‘당장 뜰 만한 신인을 찾아와 회사를 살리라’고 다그친다. 임원부터 말단 직원까지 ACR 회생 작전에 뛰어드는데….

음악인, 음악 마니아, 음반 산업 종사자가 가장 재미있게 볼 작품이다. 1960, 70년대 음악에 대한 오마주, 디테일이 생동한다. 회당 수십 개씩 거론되는 당대 쟁쟁한 밴드 이름, 수시로 흘러나오는 그 시절 명곡(핑크 플로이드의 ‘Money’, 니나 시몬의 ‘Sinnerman’ 등)에 맞장구치는 재미가 크다. 무대 뒤에서 거들먹거리는 레드 제플린, 기벽을 가진 앨리스 쿠퍼의 질펀한 파티장, 객석에 앤디 워홀을 두고 연주하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니코…. 로큰롤 야사(野史)쯤 되는 장면을 감칠맛 나는 대사와 미술, 의상으로 만날 수 있다. 전설적 밴드도 낮은 판매량 탓에 비하되기 일쑤인 음반사 회의실 풍경을 엿보는 맛도 있다. “제스로 툴? 누가 이 쓰레기를 틀었어” “ELP(에머슨 레이크 앤드 파머)는 개나 줘 버려!”….

1973년이란 시대 설정이 절묘하다. 비틀스 해체 후 하드 록, 프로그레시브 록, 글램 록, 블루스, 솔, 힙합이 백가쟁명 하던 때다. 블루스 음악가가 전설의 힙합 개척자 DJ 쿨 허크(Kool Herc)의 턴테이블 실험을 지켜보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단점도 뚜렷하다. 느슨한 이야기 전개다. 환각과 현실을 넘나드는 피네스트라의 이상 심리와 가정불화, 살인사건을 둘러싼 긴장감 같은 장치만으로 음악에 관심 없는 드라마 팬까지 보듬기엔 힘이 부칠 듯하다.

돈벌이 탓에 닳고 닳은 구린 구석, 그리고 좋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양면을 함께 지닌 음반사 직원들의 행태는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마약과 성에 얽힌 표현이 대담하다. 국내에서는 2회까지 밤 시간에 ‘19세 이상’으로 편성했다가 일부 시청자의 지적에 따라 3회부터 ‘15세 이상’으로 편집해 애매한 아침 시간대로 옮겼다. 미국에서 대히트는 못 했지만 평단과 음악 팬들의 반응이 좋다. 17일(현지 시간) 종영 뒤 HBO는 시즌2를 내년에 방영할 예정이다.

‘그 (신인) 친구들 음악, 어떤 스타일이야?’ ‘글쎄, 티렉스와 스위트가 낳은 자식을 닥터 존이 기른 느낌?’…. 극 중 음반사 직원들의 이런 문답에 느낌이 온다면, 보라.

제목인 바이닐은 둥근 LP 레코드판을 가리키는 말. 예술 시장의 모양새는 바이닐처럼 돌고 돈다. ♥♥♥♡(10점 만점에 7.4)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미드#바이닐#음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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