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 작가 “고향 강릉은 내 모든 글의 원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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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소설집 ‘강릉’ 낸 윤후명 작가

새 소설집이자 전집 첫 권으로 ‘강릉’을 낸 윤후명 씨. 은행나무 제공
새 소설집이자 전집 첫 권으로 ‘강릉’을 낸 윤후명 씨. 은행나무 제공
여덟 살에 떠나온 고향은 늘 마음 한편에 있었다. 소설가로 등단한 작품인 ‘산역’도 강릉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 나이로 일흔이 지난 올 들어 전집을 내면서 윤후명 씨는 ‘강릉’(은행나무)을 제1권으로 삼았다. 고향 강원 강릉시를 모티브로 삼은 단편 10편을 묶었다.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강릉은 소설뿐 아니라 내 모든 글의 배경이자 원천”이라고 말했다.

윤후명 전집 첫 권은 신작 소설집이다. 그는 “발표 시간 순으로 순서를 매기는 일반적 전집이라면 이번에 낸 소설집은 전집의 맨 뒤에 놓여야 한다”며 “하지만 소설 전집 자체가 ‘하나의 소설’이 되길 바랐다”고 독특한 전집 순서의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둔황의 석굴, 북방의 우랄-알타이 사막, 티베트의 고원 등을 무대로 한 작품으로 우리 문학의 공간을 넓혔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런 작가가 지난해 강릉시 홍제동의 ‘문화 작은 도서관’ 명예관장이 됐다. 도서관에는 육필 원고와 집필 도구, 책과 사진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그는 “여덟 살에 고향을 떠났는데 일흔이 되어 이렇게 직접적인 연관을 맺으니 고향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된다”면서 “골목에 어릴 적 봤던 낙서가 그대로 있더라”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강릉이 무대인 새 소설 중에 ‘호랑이’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방파제를 향하여’ ‘대관령의 시’ ‘호랑이는 살아 있다’에서 호랑이밥이 돼 머리만 남았다는 처녀의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 소설집에 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강릉 호랑이에 관한 소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릉 호랑이는 작가가 외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어렸을 적부터 들었던 얘기의 주인공이다. 처녀의 머리만 남는다는 게 참혹한 이야기 같지만 실은 그것이 호랑이와 인간이 짝으로 합쳐지는 의식이라는 것이다. 강릉 단오제는 그 호랑이가 ‘처갓집에 찾아오는’ 날로 여기고 벌이는 행사다. 작가는 “강릉 호랑이와 단오제 이야기는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삶의 모습이며, 이번 소설집의 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집은 12권으로 구성되며 내년 완간을 목표로 한다. 윤 씨는 “나머지 11권은 기존에 출간됐던 책을 다시 내는 것”이라며 “고래희(古來稀)를 지난 나이에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한눈에 보게 되는 설렘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윤후명 작가#산역#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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