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잡는 전시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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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 개인전 ‘Play: Pray’

염색한지 위에 작은 한지 조각을 붙여 구름을 형성한 ‘공기와 꿈’(2013년). 작가의 하늘색은 ‘하늘색’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염색한지 위에 작은 한지 조각을 붙여 구름을 형성한 ‘공기와 꿈’(2013년). 작가의 하늘색은 ‘하늘색’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비나미술관 제공
꼬마 때 구름은 그리기 난감한 대상이었다. 크레파스와 물감으로는 도무지 그럴싸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크레파스 테두리로 하늘과 구름의 경계를 짓고 모양만 잡으려 했으니, 당연히 죄다 어색한 근두운이 됐다.

5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 ‘Play: Pray’를 여는 강운 작가(50)는 이름이 구름(雲)이다. 어머니의 태몽으로 출생 전부터 구름과 연을 맺은 그는 2000년대 중반 구름 소재 유채화로 이름을 알렸다.

강 작가는 “일본과 유럽 등 해외 전시를 경험하고 나니 ‘유채물감은 결국 서구의 재료구나’ 싶어 나만의 표현법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디어는 수묵화 배접(褙接·보존을 위해 그림 뒤에 종이를 여러 겹 붙이는 것)용 낡은 깔개 합판에서 얻었다. 한지를 거듭 풀질했다 떼어내는 과정에서 찢겨나가 눌어붙은 종이조각이 시간의 흐름과 퇴적을 드러냄에 착안한 것. 색 입힌 한지를 캔버스에 붙여 바탕으로 삼은 뒤 어른 새끼손톱보다 작게 자른 마름모꼴 흰 한지 조각을 모자이크하듯 촘촘히 붙여 구름을 일으켰다. 가로세로 2m 크기의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 데 3개월쯤 걸렸다.

“처음엔 손으로 찢어 붙여봤는데 맘대로 안 됐다. 가까운 하늘에서는 바람과 함께 흐르고, 위로 올라갈수록 뭉게뭉게 고인 듯 일렁이는 구름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형태를 시도하다 마름모에 이르렀다.”

결과물은 조르주 쇠라(1859∼1891)의 점묘화(點描畵)를 자연히 연상시킨다. 강 작가는 “작업을 진행하며 점묘화와 유사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의식을 했다. 빛에 대한 탐구 방법이었던 점묘화와 달리 표현 재료의 질감과 양감을 살려 구름의 물성과 이미지에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멀찍이서 봤을 때 하늘과 뒤섞여 멈춤 없이 휘돌던 물방울 흐름의 더미가 가까이서 보면 하나하나 흩어져 형체를 잃는다. 작가의 오랜 고민은 구름의 모양새를 넘어선 ‘속성’을 캔버스 위에 잡아냈다. 02-736-4371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사비나미술관#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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