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판에 참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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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동아일보 출신 사진작가 故 김수남 특별전

고 김수남 작가의 ‘여씨할망당 영등굿’(1982년). 제주 제주시 구좌읍에서 구삼싱할망(아이들을 해치는 신) 역할을 맡은 심방(‘무당’의 제주 방언)이 마을 밖으로 쫓겨나는 연기를 촬영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고 김수남 작가의 ‘여씨할망당 영등굿’(1982년). 제주 제주시 구좌읍에서 구삼싱할망(아이들을 해치는 신) 역할을 맡은 심방(‘무당’의 제주 방언)이 마을 밖으로 쫓겨나는 연기를 촬영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망망대해 위로 띠배(볏짚으로 만든 모형 배)를 끌고 가는 어선이 수평선을 향해 나아간다. 구름에 해가 가려 사위는 약간 어둑한 이 순간 편안함이 전해온다. 액(厄)을 가득 실은 띠배를 버리기 위해 먼바다로 나온 때문일까. 어부들의 뒷모습마저 편안해 보인다.

고(故) 김수남 사진작가(1949∼2006)가 1985년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찍은 흑백 사진이다. 위도의 전통 띠배굿을 수상에서 포착했다. 전시장 한쪽을 가득 채운 이 작품은 보면 볼수록 관람객의 가슴을 꽉 채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오랜 옛날부터 선조들이 굿판을 벌인 것도 결국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을 채우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국립민속박물관이 이달 6일부터 ‘김수남을 말하다’ 특별전을 열고 있다. 지난해 작가의 유족이 기증한 17만여 점 가운데 대표작 100점을 엄선해 전시장에 내놓았다. 민속박물관이 사진작가의 작품 아카이브를 통째로 기증받아 디지털 작업을 거쳐 특별전을 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작가 김수남이 우리 민속 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떻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동아일보 사진기자 출신인 김수남은 1973년부터 국내 각지의 전통 굿판을 돌아다니며 사진작업을 벌였다. 경제발전과 근대화로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 무속문화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발단이었다. 그는 단순히 사진만 찍은 게 아니라 김인회 연세대 명예교수, 황루시 가톨릭관동대 교수와 팀을 이뤄 지방별 굿판을 체계적으로 기록, 정리했다. 10여 년에 걸친 이 방대한 작업은 ‘한국의 굿’(전 20권·열화당) 완간으로 꽃을 피웠다.

김수남 사진의 매력은 굿판에 참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충실히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982년작 ‘여씨할망당 영등굿’에서 잘 드러난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촬영한 이 연작(連作)에서는 구삼싱할망(제주 토속신앙에서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신) 역할을 맡은 심방(무당을 이르는 제주 방언)이 동네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하는 장면과 삼신할망(자식을 점지해주고 보살펴주는 신)의 호령으로 마을 밖으로 쫓겨나는 모습이 해학적으로 표현됐다. 특히 쫓겨나는 구삼싱할망이 지팡이를 짚고 언덕을 넘는 장면은 넓은 허공과 오버랩되면서 구도자의 느낌마저 준다. 6월 6일까지. 02-3704-3248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사진작가 故 김수남#굿판#김수남을 말하다#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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