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로 간 南男北女… 티격태격 알콩달콩 하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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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차 맞은 채널A ‘잘살아보세’… 새 무대 태안 촬영 현장을 찾아서

식구들을 먹일 숭어 잡이에 나선 이상민 김종민에게 배달할 ‘인조고기’ 도시락을 만드는 최수종(가운데)과 북한 여성 출연자들. 이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기 위해 맞은편에서는 카메라맨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태안=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식구들을 먹일 숭어 잡이에 나선 이상민 김종민에게 배달할 ‘인조고기’ 도시락을 만드는 최수종(가운데)과 북한 여성 출연자들. 이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기 위해 맞은편에서는 카메라맨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태안=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남남북녀가 엮어내는 채널A 리얼 버라이어티 ‘잘살아보세’(잘보세)가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3월 12일 첫 전파를 탄 ‘잘보세’는 어느덧 채널A의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맏형 최수종의 부인 하희라가 남편 모르게 깜짝 출연해 치킨을 배달해 감동을 준 30회 방송(지난해 10월 10일)은 최고시청률 3.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씨름선수 이만기가 최수종보다 한 살 아래라는 반전이 공개된 21회 방송(지난해 8월 8일)도 큰 웃음을 줬다. 2년 차를 맞아 강원 홍천군 산골에서 충남 태안군 섬마을로 무대를 옮긴 ‘잘보세’ 촬영 현장을 최근 찾았다.

서울에서 차로 3시간 만에 도착한 한 작은 부두. 이곳에서 눈짐작으로 100m쯤 떨어진 작은 섬에 ‘잘보세’ 촬영장이 있었다. 보이는 주택은 두어 채, 섬을 드나드는 배편도 따로 없어 마을주민의 고깃배를 타야 드나들 수 있는 인적 드문 곳이다. ‘잘보세’를 연출하는 박세진 PD는 “지난 1년간 산골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이번에는 어촌에서 출연진들의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과 김일중이 출연진에 새로 합류해 프로그램에 신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곳에 있는 ‘자력갱생의 집’을 근거지로 최수종 이상민 신은하 등 식구 9명이 섬 생존기를 펼친다.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남자 출연자에게 생소한 약간의 북한 음식과 간장 고춧가루 같은 간단한 양념 재료뿐이다. 출연진은 섬 주변 바다와 갯벌로 나가 먹거리를 직접 구해야 한다.

집 앞에서 여성들은 콩으로 만든 북한식 ‘인조고기’를 이용해 도시락을 준비했다. 도시락이 배달될 바닷가에서 이상민과 김종민은 제철인 숭어를 잡는 데 열중이었다. 낚싯바늘을 던지다 바늘이 옆구리에 걸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김종민은 진지하기만 했다. 고기를 잡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여성들은 북한식 숭어 요리를 준비했다. 갯벌에서 잡아온 게를 날로 뜯어 먹는 여성 출연자의 모습에 이상민은 “홍천 산골에서 보여준 북한 미녀들의 생존능력이 바닷가에 와서도 변함없어 놀랍기만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촬영 스태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쟁터 같았다. 촬영감독의 무전을 받고 10여 대의 카메라가 한시도 쉬지 않고 분주히 움직였다. 제작진은 늦은 밤까지 출연진의 땀 한 방울도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히 오갔다. 집과 주변 곳곳에 설치된 관찰카메라도 출연진을 24시간 응시했다.

유쾌한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숭어잡이 멤버들이 돌아오고 한데 모여 음식을 준비하던 중 신은하가 볏짚 달인 물을 마셨다. 항균효과가 있어 북한에서 구충제처럼 마신다는 그의 말에 남성들은 아연실색. 결국 여자 출연자들에게 ‘좋은 오빠’로 통하는 김종민이 달인 물을 마신 뒤 “녹차 같다”고 하자 다른 남성들도 ‘북한 문화’를 받아들였다.

새내기 김일중은 프로그램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작은 게 한 마리도 못 잡는 ‘허당’이지만 “‘잘보세’는 통일 이후 북한 주민과 우리가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보여 주는 ‘통일 미리보기’와 같다”고 말했다.

첫 방송부터 출연해 온 신은하는 “북한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들이 어떻게 먹고사는지 보여주는 프로”라며 “통일될 때까지, 이후에도 이질감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 1년을 맞은 출연자들의 소감 ::

▽최수종=예능이 아니라 실화 같은 남남북녀의 진솔한 생활 이야기다.
▽이상민=전쟁을 겪은 세대, 30∼40대, 분단을 잘 모르는 어린 세대가 어우러져 보면 좋겠다.
▽김종민=우리 것인 줄 알았던 노래를 북한 미녀들이 부르니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송이=북한에 ‘다람이와 고슴도치’ 라는 사랑받는 만화가 있는데, ‘잘살아보세’가 그런 프로가 되면 좋겠다.
 
태안=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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