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오페라 ‘미녀와 야수’ 들고 한국 찾은 필립 글래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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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영상이 합쳐지는 신기한 경험 선사합니다”

필립 글래스는 13년 만에 찾은 서울에 대해 “도시가 굉장히 크고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더 아름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배관공과 택시 운전사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만큼 도시를 잘 안다. LG아트센터 제공
필립 글래스는 13년 만에 찾은 서울에 대해 “도시가 굉장히 크고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더 아름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배관공과 택시 운전사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만큼 도시를 잘 안다. LG아트센터 제공
“처음에 프랑스에서 상영했는데 관객 반응이 싸늘했어요.”

독특하다. 스크린 위로 장 콕토 감독의 1946년 제작 흑백 영화 ‘미녀와 야수’가 돌아간다. 음악과 대사 모두 없다. 다만 스크린 아래 4명의 성악가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오페라를 부른다. 배우들의 입 모양과 성악가들의 노래가 절묘하게 일치하며 영화와 오페라가 하나가 된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필립 글래스(79)가 필름오페라 ‘미녀와 야수’를 들고 1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미녀와 야수’는 22, 23일 서울 LG아트센터, 25, 26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무대에 오른다.

2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 작품을 먼저 보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운을 뗐다. “아마 공연이 시작되면 노래와 영상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6분 정도 지나면 이해가 되면서, 관객이 다 함께 ‘아’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겠죠. 공연이 끝날 때쯤이면 노래와 영상이 합쳐지는 경험을 할 겁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콕토의 작품에 매료된 그는 ‘미녀와 야수’(1994년) ‘오르페’(1993년) ‘앙팡 테리블’(1996년) 등 콕토의 대표작 세 편을 오페라로 만들었다. “왜 내가 시도하기 전까지 아무도 이런 작업을 하지 않았는지 놀랐어요. 각 장면의 시간을 측정해 단어마다 음을 붙이고 영상 속 입 모양에 맞게 작업하는 데 2주 정도 걸려요.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정교하게 되지 않아서 몇 주간 리허설을 하며 영상과 노래를 맞춰 나갔어요.”

미니멀리즘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그는 오페라, 실내악, 심포니 등에서 공연 연출가 로버트 윌슨, 시타르(인도 현악기) 연주자 라비 샹카르, 글램 록의 선구자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 등과 함께 작업하며 클래식 음악의 경계를 넓혀 왔다. 영화 ‘트루먼쇼’(1998년) ‘디 아워스’(2002년) 등 영화 40여 편의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 영화인 ‘스토커’(2013년)에도 참여했다. “제가 영화를 선택하기보단 감독에게서 전화가 오면 작업을 해요. 마틴 스코세이지, 우디 앨런 같은 재능 있는 감독과의 작업은 언제나 즐거워요.”

그는 이날 간담회장에 들어오자마자 20여 분간 자기 이력과 작품 등을 설명했다. 하나의 질문에도 10분 이상 공을 들여 대답했다. 미니멀리즘의 대가이지만 화법은 ‘맥시멀리즘’. “제가 좀 말이 많았죠? 할 말이 많다 보니….”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미녀와 야수#필립 글래스#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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