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SNS시대… 확대되는 독자의 문학 참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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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가 주관하는 ‘오늘의 작가상’은 올 상반기 수상작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여느 문학상과 마찬가지로 문단의 평론가와 소설가가 심사해온 이 상은 지난해 심사 과정을 대폭 바꿨다. 작가, 서점 관계자 등의 추천위원이 1차 후보작 50편을 선정하되 2차 후보작을 뽑는 것은 인터넷서점을 통한 독자 투표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청자 문자투표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올해는 일반인 참여가 더욱 강화됐다. 지난해에는 최종 심사위원 5명을 ‘문인’으로만 제한했던 데 반해 올해는 5명 중 1명의 최종 심사위원 자리에 일반 독자를 앉히기로 했다. 일반 독자 최종 심사위원은 리뷰 대회 형식을 통해 선정되며 조만간 공고가 나갈 예정이다.

온라인 문학 스트리밍 서비스 ‘같이 보는 책방 판다플립’은 4월 10일까지 소설 공모전 ‘복면작가왕’을 진행하고 있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작가의 정보를 드러내지 않고 작품만으로 심사하는 공모전이다. 작가와 출판사 대표 등 전문 심사위원도 심사를 맡지만 독자들도 투표를 통해 당선작 선정에 참여하고 있다.

‘오늘의 작가상’ 진행을 맡고 있는 서효인 민음사 팀장은 일반 독자를 최종 심사위원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에 대해 “시대적 흐름”이라고 밝혔다. “‘서평가’라는 예전에는 없던 타이틀이 생겨났다. 이 서평가들은 등단 과정을 통해서 나온 사람이 아니라 독자, 그중에서도 ‘헤비’ 독자들이다. 이렇듯 일반 독자가 올리는 리뷰, 트위터나 블로그가 출판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출판사가 이런 시대적 흐름을 파악한 것이다.” 출판사가 일방적인 책 공급자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독자와 소통하는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트렌드는 의미 있다.

시간강사의 노동 현실을 널리 알린 에세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최근 3개월 동안 포털사이트에서 스토리펀딩을 진행했다. 저자의 향후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는 목적에서였다. 목표액 500만 원을 사흘 만에 넘어섰고, 펀딩 기간 모금액은 목표액의 3배인 1500만 원에 달했다. 민감한 사회 이슈를 건드린 책 내용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도 컸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맞아 독자의 활동 폭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과거 책을 읽는 수용자 역할만 하던 일반 독자는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정보를 취합하고 공개하면서 스스로 책을 쓰는 저자가 됐다. 이제 독자의 행동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전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작품 심사에 참여하고, 작가의 집필 동력을 위한 직접적인 물적 지원까지 아우른다. 한때 책 내용이 일반 독자를 사회 운동으로 이끌었지만 이제는 출판 활동이 독자에게 책과 사회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이 행보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해 볼 일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책방 판다플립#복면작가왕#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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