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2시간 전부터 구름 관객… 클래식 공연선 드물게 암표상까지
“활기찬 표현력 빛난 최고의 연주”
조성진은 격정적인 연주를 하다가 객석에 들릴 정도의 깊은 한숨을 토해내기도 했다. 피아노 앞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감정을 분출하는 듯 보였다. 크레디아 제공
조그마한 양초 하나가 도시 하나를 뜨겁게, 환하게 밝힐 만큼의 온도와 빛을 짧게 주고 다 타버린 느낌이랄까. 30분간의 연주를 끝낸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그랬다.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의 갈라 콘서트를 2시간 앞둔 공연장 주위는 수백 명으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마치 소개팅을 앞둔 것처럼 들떠 보였다. 조성진과 관객 2500명의 소개팅. 콩쿠르 이후 처음 국내에서 열리는 그의 연주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행복해 보였다.
오후 8시 공연 표는 예매 50분 만에 모두 팔렸다. 오후 2시 공연이 추가됐지만 이마저도 35분 만에 매진됐다. 클래식 공연으로는 드물게 이날 암표상도 등장했다.
국내 클래식 음악에 조성진이 미친 영향은 이날 공연에서도 확실히 나타났다.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지 않은 사람들도 ‘조성진’ 이름 하나만 보고 공연장을 찾았다. 직장인 이다호 씨(28)는 “평소 클래식을 듣지는 않지만 조성진의 콩쿠르 영상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온 재일교포 3세인 윤명미 씨(51)는 “일본에서도 조성진의 인기는 무척 높다”고 밝혔다.
이날 콘서트는 조성진을 비롯해 6등까지 입상자들이 모두 나와 무대에 올랐다. 당초 중간휴식 전 순서에 나올 예정이었던 조성진은 마지막 순서에 등장했다. 조성진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그는 쇼팽의 녹턴 13번, 환상곡, 폴로네이즈 6번을 차례로 들려줬다. 앙코르 곡으로는 쇼팽의 유작 왈츠를 연주했다. 디저트가 너무 달게 느껴진 듯 한 차례만 연주하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앙코르를 디저트에 비유하며 많이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폴란드 현지에서 쇼팽 콩쿠르와 갈라 콘서트를 지켜본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당시보다 부담감 없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라며 “이날 조성진은 훨씬 활기차고 표현력도 대담했고, 건반에 대한 장악력도 좋았다. 그동안 봤던 조성진의 공연 중에서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3번째로 연주한 폴로네이즈에 대해 극찬했다. 박 평론가는 “진짜 좋은 연주였다. 리듬을 완벽하게 조절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마친 조성진은 연주회에 참가하기 위해 3일 일본으로 떠난다. 박 평론가는 “조성진이 이번 공연에서 보여준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조성진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평론가는 이날 공연을 ‘순백색’으로 표현했다. 불이 가장 뜨거울 때 하얀색인 것처럼 공연의 온도가 굉장히 높았다는 이유에서다. 조성진의 연주 때는 아니었지만 객석에서 두 차례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린 점은 공연의 ‘옥에 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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