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은 “공예 산업에 대한 지원 효율을 높이려면 현장 실태를 정확히 반영한 데이터를 먼저 갖춰야 한다. 공예품 생산자와 공예 관련 등록사업자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게 당장의 급선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00년 설립된 한국공예문화진흥원과 2008년 만들어진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이 통합돼 2010년 출범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올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재도약의 시기를 맞았다. 지난해 11월 발효된 공예문화산업진흥법과 12월 국회를 통과한 공공디자인문화진흥법에 의해 공예산업과 공공디자인산업 관리와 지원을 전담하는 주무 기관으로서의 역할이 확고해진 것.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진흥원 사무실에서 만난 최정철 원장(57)은 “공예업계의 숙원이 이루어진 것과 때를 같이해 공공 공간과 환경 디자인 관리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법안 모두 10여 년 전 발의됐다가 담당자가 여러번 바뀌며 어려움을 겪었다. 문화 창조와 융성을 지향하는 국가 정책에 힘입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진흥원의 역할도 대외적으로 더욱 널리 알려진 만큼, 남은 임기 9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도약의 기반을 다져 놓겠다.”
최 원장은 특히 한국의 오랜 전통 문화 유산인 공예 산업이 비로소 우수한 문화 자산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방(工房)의 예술적 생산품이 한국인의 일상 생활용품으로 폭넓게 파고들고, 나아가서는 해외 곳곳으로 진출하는 국가 성장 동력 산업으로 발돋움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 그는 “현장의 기대와 요구 사항이 빗발치지만, 인재 양성과 창작 지원부터 시작해 장기적인 계획을 튼실하게 갖추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진흥원이 직접 나서서 공예 상품의 유통과 마케팅 지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산업 진흥 기관이 유통 실무에 관여하는 데 대한 해석이 분분했지만, 대중의 생활 속에 공예가 자리 잡게 하려면 소비자와 가까이 만날 접점을 확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청와대사랑채, 신세계백화점, 문화역서울 284에서의 공예품 유통 지원은 올해 전국 각지 면세점으로 확장된다. 최 원장은 “지난해 10월 출시된 ‘자개 문양 도자기 블루투스스피커’처럼 국내 기업과 공예 산업의 협력이 빚어 낸 우수한 결과물이 지속적으로 등장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가 산업을 만나 시장에서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꾸준한 표본 제시가 필요하다. 장인들이 지켜 온 정신과 가치가 산업적 변용에서 훼손당하는 나쁜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예 디자이너의 작품이 대량생산 공산품과 만나 판매 수익 일정 부분을 안정적으로 돌려받는 모범적 모델을 앞으로 계속 만날 수 있을 거다.”
공공디자인 부문 지원 정책의 첫 성과는 3월 초 개관할 인천국제공항 문화 휴게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차장과 지하철역에서 공항 로비로 이동하는 통로에 250m² 규모의 휴게 공간을 마련해 한국 전통 이미지와 정서를 전한다는 취지다. 그는 “현대적 감각으로 산뜻하게 재해석한 전통 디자인의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천장에 한옥 구조를 응용하고 창호 등 디테일 요소를 곳곳에 끌어들이면서 소박한 실내 정원도 꾸며 잠시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꾸몄다. 건조한 이미지의 해외 한국문화원 공간도 한국문화의 진정한 가치를 체험하며 살필 수 있도록 재구성할 계획이다. 3월 초 아랍에미리트 한국문화원 개관을 시작으로 7월 캐나다, 9월 이탈리아 등 올해만 10개 해외 한국문화원에서 현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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