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거석 유적에 숨겨진 고대 문명의 흔적을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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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사람들/그레이엄 핸콕 지음/이종인 옮김/612쪽·2만3000원·까치

세계에서 발굴된 건축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 터키 동남부의 거석 기둥들인 ‘괴베클리 테페’ 유적이다. 1995년부터 발굴이 시작된 이 유적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만1600년 전 만들어졌다. 신비스러운 것은 그 거대함이다. 높이 5.5m에 무게가 15t 이상 나가는 석회암 기둥들이 10여 개씩 모여 있는데, 그런 무더기가 최대 50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벽면 조각의 솜씨도 너무나 뛰어나서 1964년 처음 발굴단이 이곳에 왔을 때는 중세 시대의 공동묘지일 것으로 잘못 봤다. 이 유적은 후기 구석기 시대의 것으로 수렵 채취자들이 살았던 시기에 제작된 이 같은 거대 구조물은 기존 고고학자들의 눈에는 적잖이 당황스럽다. 이 유적의 가장 오래된 부분이 규모와 질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문명은 미약함에서 창대함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고대 이집트의 예술 조각 상형문자 수학 의학 천문학 건축학 등이 진화의 흔적 없이 처음부터 뛰어난 상태로 존재하는 것도 고고학은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가설은 이렇다. 빙하기에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고도의 문명이 존재했다. 그러나 마지막 빙하기의 말엽인 1만2800년 전부터 1만1600년 전 사이 혜성이 지구를 강타해 멸망했고 그 생존자들은 커다란 배를 타고 세계 각지에 정착해 예전 문명의 불꽃을 되살리려 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멕시코, 페루, 인도네시아 등에서 발견되는 고대 문명이 그 흔적이라는 얘기다.

책은 1995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고 국내에서도 인기를 모았던 ‘신의 지문’의 속편이다. 괴베클리 테페 유적 벽면에 조각된, 곡선형의 손잡이가 달린 가방 모양이 남미의 가장 오래된 ‘깃털 달린 뱀’ 신, 메소포타미아에 문명을 전했다고 전해지는 영웅 오안네스의 조각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등 저자의 추리는 흥미진진하다. 책은 자연스럽게 독자를 붕괴에 대한 상상으로 이끈다. 과거 고도의 문명이 번성했다가 사라졌다면 현대 문명도 그럴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원인이 지구 온난화건 아니면 저자의 말대로 고대 문명의 생존자들이 메시지로 남긴 혜성 충돌의 위협이 됐건 간에 말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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