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군 개혁부터 세월호까지… 양극단 빼고 통합적 고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2일 03시 00분


한영우 교수 ‘미래를 여는 우리 근현대사’ 출간

최근 근현대사 개설서를 낸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한층 높이는 근현대사 서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과 일부 학계 등이 퇴행적이고 극단적 역사의식에 빠져 있다”며 “역사의 빛과 그늘을 조화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맨위 사진부터 일제의 쌀 공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경축식, 다른 노선을 걸었던 이승만과 김구, 1973년 준공된 ‘산업화의 상징’ 포항제철, 1980년 5월 광주 5·18민주화운동. 경세원 제공·동아일보DB
최근 근현대사 개설서를 낸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한층 높이는 근현대사 서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과 일부 학계 등이 퇴행적이고 극단적 역사의식에 빠져 있다”며 “역사의 빛과 그늘을 조화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맨위 사진부터 일제의 쌀 공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경축식, 다른 노선을 걸었던 이승만과 김구, 1973년 준공된 ‘산업화의 상징’ 포항제철, 1980년 5월 광주 5·18민주화운동. 경세원 제공·동아일보DB
한국의 근현대사는 최근 우리 사회의 화약고다. 최근 야당 간의 ‘이승만 국부(國父)’ 논란이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에서 보듯 뜨거운 이념 갈등의 원재료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표적 역사학자인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78·사진)가 최근 근현대사 개설서인 ‘미래를 여는 우리 근현대사’를 펴냈다. 한 명예교수는 서울대 규장각 초대관장, 한국사연구회 회장 등을 지낸 사학계 원로. 그동안 그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다양한 학설을 존중하는 민주사회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이번 책도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다양하지만 통합적인 인식’을 목표로 썼다고 했다. 책은 대원군의 개혁부터 세월호 참사에 이르는 시기를 다뤘다. 2008년 집필을 시작해 수정 보완까지 8년이 걸렸다.

“자신이 신봉하는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일부 사실을 과대 포장해 ‘이것이 진실’이라고 내놓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입니다.”

한 명예교수는 21일 전화 통화에서 역사 서술에 있어 균형감각과 사회통합, 미래 지향성을 강조했다. 한 명예교수는 먼저 교과서 논쟁 등으로 촉발된 대한민국 건국 시기 논란에 대해 통합적 이해를 제시했다.

“정치학적으로만 보면 1948년 8월 15일은 ‘건국’이 맞습니다. 그러나 건국만 강조하면 대한민국의 뿌리를 잃게 됩니다.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의 정책 목표였던 ‘민국 건설’이 그 뿌리고, 이를 계승한 임시정부를 거쳐 1948년 ‘재건’된 것입니다.”

책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에 대해 ‘대한민국의 재건(건국)’이라고 병기하며 “1919년의 대한민국(임시정부)을 재건한 것이지만 정권은 새로 수립되었다는 뜻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고 선포했다”고 설명했다.

한 명예교수는 이승만의 남한 단독 정부 수립에 대해서는 “잘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이 실질적으로 정권을 세운 상황에서 단정 수립이 아니었다면 자유민주주의 한국은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와 노선이 달랐던 김구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한 명예교수는 “이승만이 현실주의자였던 데 반해 김구는 통일정부를 추구했던 이상주의자였다”며 “김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남북통일의 과제가 빛바랜다”고 말했다.

또 일제강점기 근대화가 이뤄졌고, 이후 산업화의 바탕이 됐다는 일부 뉴라이트 학설에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책은 ‘총독부의 경제 침탈’ ‘경제 수탈의 강화’ 등 항목에서 일제가 곡식을 공출했던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전에도 농민들의 삶이 악화됐다고 지적한다. 책은 1960, 70년대 경제 성장에 대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면서도 정경유착, 산업 불균형, 농촌의 피폐와 도시빈민층 형성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각주 형식으로 달린 주요 인물 설명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관동군 소위로 복무하고 여수·순천 반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포함했다. 또 유신체제는 대통령을 무소불위의 독재자로 군림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한 명예교수는 스스로를 “극단적이지 않은 보수”라고 표현했다. “역사교육은 기성인들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70, 1980년대의 양극적인 시각을 가지고 오늘을 보는 것은 사회통합에 역행합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영우#미래를여는우리근현대사#근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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