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사임당 더 허스토리’ 2016년 방영 앞두고 촬영 한창
내년 2월 KBS2에서 방영될 100% 사전제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내년 하반기 방영 예정인 SBS ‘사임당 더허스토리’. 드라마 제작자들은 사전제작이 드라마 제작 환경을 바꾸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공감하면서도 중국시장을 겨냥해 도입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각사 제공
‘쪽대본’이 사라진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의 상징이었던 ‘쪽대본’ 대신 내년에는 100% 사전제작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줄을 잇는 것.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 송중기가 만난 16부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KBS2)가 내년 2월 방영되고, 이영애가 10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사극 ‘사임당 더 허스토리’(SBS)도 내년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8월부터 촬영하고 있다. 이경희 작가가 쓰고 수지와 김우빈이 출연하는 ‘함부로 애틋하게’는 내년 7월경 KBS2 편성을 확정했다.
국내 드라마는 ‘사전제작 불모지’였다. 2004년 드라마 ‘비천무’가 20억 원을 들여 한중 합작으로 사전제작 됐지만 방송사 편성을 확보하지 못해 2008년에나 방영됐다. 이후 사전제작을 내세웠던 드라마 ‘탐나는도다’(2009년) ‘로드넘버원’(2010년)도 시청률이 저조했다.
최근 들어 스타 작가와 배우, 유명 제작사와 방송사가 손잡고 사전제작 드라마를 속속 도입하는 이유는 중국이라는 외부 요인 때문이다. 해외 수입드라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이후 국내 드라마가 중국에 진출하려면 사전심의를 통과해야 하고 이를 위해 100% 사전제작이 불가피해졌다.
○ 드라마 제작자들 사전제작 해보니
지난해 6월 촬영을 시작한 ‘태양의 후예’ 제작팀은 20일까지 완성본을 만들기 위해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다. 내년 2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하기 위해 늦어도 3개월 전인 20일까지 중국 정부의 방송정책 담당부서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에 완성본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의를 받는 데는 통상 2, 3개월이 걸린다.
이 드라마를 총괄 지휘하는 배경수 KBS 드라마국 책임프로듀서(CP)는 “기존처럼 ‘쪽대본’ 제작 시스템이었다면 나오기 힘든 규모와 완성도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휴먼 멜로드라마를 표방한 ‘태양의 후예’는 국군의 해외 파병지를 배경으로 해 분량의 절반가량을 그리스에서 촬영했다. 또 지진을 표현하다 보니 컴퓨터그래픽(CG) 분량도 많아졌다. 제작규모가 커지고 촬영일수가 늘어나 제작비가 예상보다 늘어났지만 ‘쪽대본’이 사라지면서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사전제작 때문에 시청자의 반응을 드라마 줄거리 등에 ‘유연하게’ 반영하는 기존 관행은 불가능해졌다. ‘태양의 후예’를 연출하는 함영훈 PD는 “기존 ‘생방송 드라마’의 유일한 장점은 시청자의 반응을 드라마 제작에 참고하는 것이었다. 작가 또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대본을 수정해 나간다. 그런데 사전제작으로 인해 그럴 여지가 없어지자 작가와 배우, 제작진이 다소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전제작을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
사전제작이 자생적 필요보다는 중국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것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국 심의를 지나치게 의식해 드라마의 창의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제작자는 “중국 심의 기준이 외계물이나 시간이동 등을 금지하고 있어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이 시간이동으로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스타와 스타급 작가를 내세운 사전제작 드라마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이름만으로도 투자를 끌어낼 스타 작가와 배우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촬영 전 대본 완성 등의 반(半)사전제작이 드라마의 질적 향상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해 방영된 SBS ‘괜찮아, 사랑이야’와 OCN ‘나쁜 녀석들’은 대본을 완성한 뒤 촬영에 들어갔다. 내년 방영 예정인 tvN ‘치즈인더트랩’과 ‘시그널’, OCN ‘동네의 영웅’ 등도 반사전제작을 하기로 결정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시청자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는 융통성과 정해진 기간에 빨리 찍는 효율성을 살리고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100% 제작보다 반사전제작이 장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PPL에도 영향 ▼
드라마 제작사는 통상적으로 방영 4, 5개월 전부터 드라마에 간접광고(PPL)를 할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드라마 방영 초기 시청률이 좋으면 방영 중간에도 PPL이 더 들어오기도 한다. ‘생방송 찍듯이’ 드라마를 제작하기 때문에 ‘발 빠른 PPL’도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100% 사전 제작을 내세운 드라마에선 PPL 영업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대본과 촬영 완성에 이어 실제 방영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완제품’ 드라마는 광고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기존 영업 방식으로는 PPL 유치가 쉽지 않다. PPL 유치가 어려우면 제작비 조달 문제 때문에 사전 제작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제작사인 삼화네트웍스의 윤은정 마케팅팀 차장은 “사전 제작을 하면 실제 방영 시점과 광고주가 원하는 마케팅 시점에 수개월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며 “신제품 출시 주기가 잦은 전자기기 제품이나 계절에 민감한 의류 브랜드 대신 프랜차이즈 업체처럼 시기에 덜 민감한 업체나 제품의 간접 광고가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사임당 더 허스토리’를 제작한 그룹에이트의 김영배 기획팀장도 “유행을 덜 타는 화장품, 건강식품, 인삼, 주방용품, 자동차 제품 위주로 광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반 제품 PPL보다는 드라마의 주연 배우를 모델로 하고 있는 업체의 PPL에 의존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반면 사전 제작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동시 방영이 확정된 경우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외식 프랜차이즈와 의류 업체들의 광고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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