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모토 ‘자유롭지만 고독하게’와 ‘자유롭지만 즐겁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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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

브람스
브람스의 교향곡 3번 음반을 오디오에 올려놓습니다. 시작부터 관악이 활기찬 상승 음형(音形)을 연주합니다. 음이름으로는 F-A플랫-F인데, 뒤의 F가 첫 음보다 한 옥타브 높습니다. 마치 문을 활짝 열어젖히거나 강력한 주장을 외치는 느낌입니다.

브람스는 이 음형 또는 동기(모티브)가 ‘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Frei aber froh)’를 뜻한다고 지인에게 귀띔했습니다. 음이름의 F-A-F에서 착안한 것이죠. 그렇지만 ‘자유로우니 즐겁다’는 말은 자연스러워도 ‘자유로운데도 즐겁다’는 표현은 이상하게 들립니다. 예술가다운 수사학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실 이 ‘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 이전에는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Frei aber einsam)’, 이른바 ‘F-A-E 동기’가 있었습니다. 이 동기는 브람스와 친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이 자신의 표어로 즐겨 입에 올리곤 했다고 합니다. 브람스의 정신적 사부이면서 요아힘과 교분이 두터웠던 슈만도 이 세 개 음표의 동기에 의한 ‘F. A. E. 소나타’를 작곡한 바 있습니다. 브람스는 현악사중주 2번 A단조의 1악장에서 이 동기를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세 사람과 연관되지만 F-A-E는 유독 ‘브람스의 모토’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짙은 우수를 작품에 담아낸 브람스와 어울리는 표어이기 때문일까요. 그가 ‘논리상의 어색함’을 감수하면서 교향곡 3번에서는 ‘자유롭게 그러나 즐겁게’를 외친 것도 애써 ‘고독’에서 벗어나 보려는 시도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교향곡의 3악장에서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그의 절절한 고독과 애수를 느끼게 됩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주제음악으로 쓰여 대중적으로 알려진 선율이기도 합니다.

22, 23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는 핀란드의 지휘 거장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지휘하는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이 브람스 교향곡 4곡 모두를 연주합니다. 교향곡 3번은 둘째 날인 23일 무대에 오릅니다. 마침 ‘만추의 교향곡’이라는 애칭을 가진 교향곡 4번도 같은 날 연주되는군요. 계절감에 딱 맞는 프로그램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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