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Travel]폐허가 된 골란고원에서 맛본 '사과'의 의미

조성하 전문기자 입력 2015-10-14 03:00수정 2015-10-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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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평화를 꿈꾸다
골란고원 사파리투어 중에 만난 이스라엘 폐전차. 이곳이 6일전쟁의 전장이었음을 일깨워준다.

영국제 랜드로버의 디펜더(Defender·랜드로버의 지붕개방형 모델)로 오른 골란고원의 벤탈 산. 온통 철조망에 ‘지뢰’경고문이 붙어 있다. 고도는 1200m. 아래로는 황량한 벌판이 펼쳐졌다. 시리아 국경이다. 양국이 설치한 추진철책 사이는 비무장지대다. 그 너머가 지금 유럽으로 엑소더스 중인 난민의 고향, 시리아다. 갑자기 포성이 들렸다. 이내 시리아 국경마을에서 연기가 치솟는다. 왼쪽(북쪽) 수십 km거리의 산 아래 시리아정부군 진지에서 쏜 포다. 정부군이 자국 국경수비대에 발포를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골란고원에서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국경이 알카에다 수중에 떨어진 이후다. 내전상태의 시리아는 이 지경이다.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가 주인 잃은 시리아를 이렇게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난민을 자처할 만도 하다.

고원은 갈릴리 호수 동북쪽 그리고 호수 쪽 사면은 온통 포도밭. 이 포도로 만든 게 ‘골란 하이츠(Golan Hights)’ 와인이다.

포도밭이 들어선 건 1967년 제3차 중동전(6일전쟁) 이후다. 이 전쟁은 간헐적으로 공격해대던 남쪽의 이집트를 이스라엘이 공습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 틈을 노려 북쪽 시리아가 골란고원을 침공했다. 당시 시리아는 골란고원은 물론이고 갈릴리 호수의 일부(수면 25%)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6일전쟁에서 호수는 물론이고 고원의 능선까지 뺏겼다.

이날 오른 벤탈 산은 당시 최고격전지인 ‘눈물의 계곡’ 근방. 그 능선엔 지하벙커와 참호, 녹슨 탱크가 방치돼 있었다. 골란고원의 최전방을 사륜구동차로 돌아보는 이 투어는 ‘모렘 골란’ 키부츠(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공동생산, 공동분배하는 협동농장)가 기획한 ‘골란 지프 사파리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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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전쟁 승리로 이스라엘 영토는 5배로 늘어났다. 골란고원도 그 전리품 중 하나. 투어는 능선 아래 추진철책이 설치된 최전방 쿠이네트라 계곡까지 섭렵한다. 거기엔 폐허가 된 시리아군 훈련소와 건물 등이 남아 있다. 그런 전장에도 생명은 피어난다. 키부츠가 관리하는 거대한 사과 과수원이다. 줄지어 심은 사과나무엔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사과 한 알을 따서 깨물으니 달콤한 과즙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아담의 사과, 뉴턴의 사과, 스티브잡스의 사과…. 그 사과의 의미는 각기 다르다. 그렇다면 골란고원의 사과는 어떤 의미일까. 전쟁과 폐허도 없앨 수 없는 평화와 사랑은 아닐는지…. 저 철책에도 언제 난민이 몰려올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방침은 확고하다. 치료 후 돌아가겠다는 응급환자 외에는 단 한 명의 난민수용도 거부하고 있다. 하루빨리 모든 원(怨)과 한(恨)이 해소돼 이 사과를 나눠 먹는 날이 오기를.

이스라엘=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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