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발레단 남녀 간판스타 김지영-엄재용, 토슈즈 벗고 현대무용 첫 ‘외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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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푸가’ 공연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왼쪽)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엄재용. 이들은 “무용수로서의 직업 수명이 짧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무용 등 다양한 도전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제공
현대무용 ‘푸가’ 공연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왼쪽)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엄재용. 이들은 “무용수로서의 직업 수명이 짧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무용 등 다양한 도전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제공
국내 양대 발레단의 남녀 간판스타가 토슈즈를 벗고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김지영(37)과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리노 엄재용(36). 각자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이 짝을 이루는 첫 무대다. 9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정영두 안무가의 신작 ‘푸가’에서 클래식 발레가 아닌 현대무용을 통해 호흡을 맞춘다. ‘푸가’ 공연을 앞두고 마무리 연습을 하고 있는 두 무용수를 최근 만났다.

1997년 최연소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두 달 만에 수석무용수가 된 김지영, 2000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200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엄재용은 갈라 공연 등을 통해 한 번쯤 함께 공연했을 것 같은 스타 무용수임에도 그동안 마주친 적이 없다고 했다.

토슈즈를 벗고 현대무용 ‘푸가’ 무대에 오르는 엄재용(왼쪽)과 김지영 커플. LG아트센터 제공
토슈즈를 벗고 현대무용 ‘푸가’ 무대에 오르는 엄재용(왼쪽)과 김지영 커플. LG아트센터 제공
“평소 재용 씨랑 같이 커플로 무대에 서고 싶단 이야길 자주 했거든요. 현대무용을 통해 함께 작업하는 바람을 이뤘네요.”(김지영) 옆에서 듣고 있던 엄재용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무용수들끼리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서로 합동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곧잘 한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공동 제작한 ‘푸가’는 바흐의 곡 ‘푸가의 기법’에 무용수의 몸짓을 덧입힌 현대무용이다. 푸가란 하나의 주제를 놓고 둘 이상의 가락이 지속적으로 모방·반복되면서 특정한 법칙이 만들어지는 악곡 방식.

김지영은 “사실 음악만 봤을 때는 약간의 구조 변화를 갖춘 단조로운 느낌이 있었는데 여기에 춤이 더해지니까 놀랍게도 화려해졌다”고 말했다. “마치 안무가 소금 같다고 할까요? 양념이 돼요. 바흐의 푸가라는 음식을 맛있게 해주는 MSG처럼 말이죠.”

현대무용이 처음이라는 엄재용은 “직업 생명이 짧은 무용수로서 30대 후반이 된 만큼 다양한 활로를 찾고 싶었는데 현대무용에 도전하게 돼 매일 새롭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현대무용을 계속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푸가’ 공연은 김지영, 엄재용뿐만 아니라 다른 무용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립현대무용단 출신의 최용승, 도황주를 비롯해 정영두 안무가가 이끄는 두 댄스 씨어터의 간판인 김지혜, 하미라가 힘을 보탠다. 여기에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출연 후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발레리노 윤전일도 가세한다. 무용수 7명이 총 10곡의 바흐의 푸가 음악을 몸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엄재용과 김지영은 “현대무용수와의 협업 과정에서 서로 지금껏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움직임을 주고받으며 많은 걸 얻어간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김지영과 엄재용은 각각 2분 50초 남짓한 분량의 솔로 무대를 비롯해 윤전일과 함께 3인무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출연 무용수 전원이 무대에 오르는 2번의 단체 무대에도 오른다. 다리 동작과 몸의 흐름이 발레 무용수들이 몸을 쓰는 방향과 반대로 구성된 현대무용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지금도 적응 중이에요. 정영두 안무가가 제일 먼저 제 솔로 파트 안무를 완성하셨는데, 깍지를 낀 채 툭툭 걸어가는 안무를 보고 제가 ‘선생님, 이거 정신병자 솔로예요?’라고 질문할 정도로 낯설었어요. 하하.”(김지영)

“제 솔로 파트에서 안무가가 준 콘셉트는 ‘프러포즈에 성공한 뒤 집에 돌아가는 느낌으로 춤을 춰라’였어요. 처음엔 낯설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는데 아내(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에게 청혼한 그날을 떠올리려고 노력했죠.”(엄재용)

발레가 아닌 현대무용에 도전한 서로의 춤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김지영은 “엄재용의 귀족적 마스크와 힘 있는 움직임, 모던한 현대무용의 조화가 상당하다”고 했고, 엄재용은 “지영 씨는 워낙 테크닉이 좋은 무용수라서 그런지 발레가 아닌 현대무용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가’ 공연은 9∼11일 LG아트센터, 23∼24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3만∼6만 원. 02-2005-011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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