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1400년전 백제로 가는 문이 열린다

  • 동아일보

[가을, 충청으로 떠나다]26일부터 ‘백제, 다시 태어나다’

공주시민과 공주사이버시민이 백제탈을 쓰고 공주시내에서 흥겹게 퍼레이드를 벌이는 웅진성퍼레이드의 한 장면.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제공
공주시민과 공주사이버시민이 백제탈을 쓰고 공주시내에서 흥겹게 퍼레이드를 벌이는 웅진성퍼레이드의 한 장면.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제공

올해로 제61회를 맞는 백제문화제의 주제는 ‘백제, 다시 태어나다’로 정해졌다. 환갑을 맞아 새로운 백제문화제의 역사를 써가겠다는 다짐이다. 더구나 올해는 백제문화유적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기념비적인 해여서 문화제를 치르는 주최 측의 긴장감도 높고 관람객의 관심도 한층 커졌다.

충남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등 주요 백제문화유적지에는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한화가 제공하는 중부권 최대의 불꽃 축제가 개막을 알리는 가운데, 백제문화제는 9월 26일 시작돼 10월 4일까지 9일간 충남 공주와 부여 일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백제문화제의 세계로 잠시 빠져 들어가 보자.

세계유산 등재로 관심 높아진 백제문화제

백제는 700년(기원전 18년∼기원후 660년) 동안 왕성한 창조력을 바탕으로 아름답고 독창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중국 및 일본 등과 활발한 문화교류와 해상교류를 벌인 문화강국이자 해상강국이었다. 대백제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는 오늘날 백제문화제를 통해 다시 한번 조감해 볼 수 있다. 백제의 국제성와 문화성은 고대의 어느 국가보다도 높고 우수했다. 그 예술성과 독창성은 남아있는 유적과 유물을 통해 오늘날에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우수한 백제문화는 민족의 정체성을 드높이고, 자긍심을 북돋우는 데 기여했다.

올해의 백제문화제는 지난 60년간의 행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60년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런 의미에서 ‘백제, 다시 태어나다’를 주제로 정했다. 역사와 문화, 교육, 다양성, 흥미, 재미를 기본 콘셉트로 삼았다. 1400년 전 백제의 대향연을 느낄 수 있도록 경연과 참여, 소통과 화합, 협력과 융화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백제의 후예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이 오감을 통해서 함께 보고, 느끼고, 즐기고 체험하는 ‘제61회 백제문화제’를 기획했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문화유산은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부여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나성, 능산리고분군 등(6곳)이다. 이에 따라 이번 백제문화제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와 밀접한 연계를 갖도록 프로그램됐다. 세계유산 등재 원년에 개최되는 백제문화제에 공주시와 부여군은 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내놓았다.

공주, ‘공산성 실경 공연’ 새롭게 선보여

공주시 금강신관공원 등지에서 막이 오를 공주의 백제문화제에서는 모두 52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새롭게 선보이는 공산성 배경의 실경 공연이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주시 관계자는 “매년 아름다운 야경으로 명성을 떨쳤던 공산성과 금강의 절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번 실경 공연은 웅진백제의 무령왕 스토리를 다양한 빛과 퍼포먼스를 가미한 수변 뮤지컬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주의 프로그램 가운데 ‘웅진성 퍼레이드’는 늘 인기가 많다. 이는 시내의 읍면동민과 사이버 공주시민 등 5000여 명이 백제탈 등을 쓰고 흥겹게 시가지를 행진하는 행사로 공주지역 백제문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공산성과 무령왕릉을 주제로 옛 기록물과 입체영상 상영을 진행하는 ‘공주 주제관’도 새로운 볼거리다. 주 행사장인 금강신관공원에서 펼쳐질 ‘교류왕국 퍼레이드’는 관광객들에게 교류왕국 대백제의 위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은 축제기간에는 공산성뿐만 아니라 미르섬에서도 볼 수 있다. ‘백제마을’에서는 구석기 퍼포먼스와 체험프로그램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공주알밤축제장에서는 외국인과 젊은 관광객을 겨냥한 ‘알밤맥주페스티벌’이 열린다.

공주 공산성에서 열리는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 장면. 축제 때 뿐 아니라 평소에도 인기를 모으는 프로그램이다.
공주 공산성에서 열리는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 장면. 축제 때 뿐 아니라 평소에도 인기를 모으는 프로그램이다.


부여, ‘주무대 정림사지로 옮겨 등재유산 부각’

지난해까지 구드래 둔치에 설치됐던 백제문화제 주무대를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석탑로 등 시가지로 옮겨 지역상권과 연계한 도심형 축제로 바꿨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접근성도 훨씬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제대왕제 등 11종의 제례와 불전을 포함해 백제역사문화이벤트, 전통민속, 문화공연, 경연, 체험 등 59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계백장군이 무예를 연마했다는 전설이 깃든 충화면 천등산 정상에서 혼불을 채화하는 고천제 9월 25일 열리면서 행사는 본격화된다.

백제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재조명하는 ‘백제역사문화행렬’, 전설(설화) 및 특산물을 소재로 군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백제인 대동행렬’, 오천결사대가 황산벌 전장으로 출정하는 상황을 극화한 ‘계백장군 출정식’ 등의 프로그램이 부여에서 열리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부여군은 수륙제의 성격으로 시작한 백제문화제의 정통성을 되찾고 교육적 의미를 살리기 위해 올해 백제문화제 기간에 부소산에 상설 제례 체험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삼충사에 제1회 백제문화제 삼충제전 사진과 영상을 전시하고 삼충신을 기리며 헌화할 수 있는 상설 제향 공간을 조성한다. 또 궁녀복식을 한 안내원과 백제군사 수문장을 배치하고 옛 토성을 따라 백제기를 설치한다. 백제문화단지에서도 백제문화제 기간에 야간개장을 하면서 다양한 특별공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부여 궁남지 주변에서 열리는 오천결사대의 출정식. 오천결사대는 죽음을 각오하고 신라군에 맞서 황산벌 전투를 벌일 백제군이다.
부여 궁남지 주변에서 열리는 오천결사대의 출정식. 오천결사대는 죽음을 각오하고 신라군에 맞서 황산벌 전투를 벌일 백제군이다.


주요 프로그램 보려면 야간 주말 활용하라

120여 개에 이르는 프로그램을 모두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더구나 이들 프로그램은 9일간에 걸쳐 열린다. 이에 따라 축제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백제문화제 홈페이지(www.baekje.org)를 통해 프로그램의 내용과 일정 등을 미리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 필수다. 주요 프로그램이 대부분 야간과 주말에 집중돼 있다. 평일에는 전시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돼 있다.

공주와 부여는 백제의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린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백제문화유적뿐 아니라 볼거리가 널려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백제문화제를 즐긴 뒤 독자적인 문화 탐방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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