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대국을 벌이는 이창호 9단(오른쪽)과 창하오 9단은 승부욕을 불태우며 무려 4시간 넘게 혈투를 벌였다. 온스포츠 제공
이창호 9단 대 창하오 9단.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았던 한국과 중국 양웅이 3년 만에 바둑판 앞에 마주 앉았다. 이 9단이 속한 한국바둑리그 정관장팀과 창 9단이 이끄는 중국바둑리그 상하이팀이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5 대 5 단체전 승부를 벌인 것.
두 기사는 2012년 10월 초청 대국인 류저우 원먀오배 3번기를 둔 게 마지막이었다. 당시 이 9단이 창 9단에게 2승 1패로 승리했다.
이날 대국은 낮 12시(현지 시간) 시작해 무려 4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이 9단이 345수 만에 흑 반집승을 거뒀다. 공식 대국이 아니었지만 두 기사의 라이벌 의식은 여전했던 것. 이 대국은 중국 상하이TV에서 생중계했다.
이로써 두 기사의 역대 전적은 29승 11패로 이 9단이 크게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실제 1990년대 세계대회에서 이 9단은 창 9단을 압도하는 성적을 보였다. 중국 1인자였으나 한국 1인자인 이 9단에게 번번이 무릎을 꿇어 중국에선 오히려 이 9단의 인기가 더 높을 정도였다.
창 9단은 2006년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이 9단을 꺾고 우승하며 설움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바둑 애호가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석불(石佛·이 9단의 ‘돌부처’ 별명)을 이긴 기사”라며 창 9단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살 차이인 두 대국자는 사석에서는 친한 사이로 세계대회가 끝난 뒤에는 술자리를 가지며 자주 어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9단은 “예전부터 마음이 맞아 친분이 깊다. 가볍게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술 실력은 창 9단이 9단이고 나는 10급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 9단은 “2000년 잉창치배 당시 일본의 요다 9단과 셋이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끝까지 정신이 멀쩡한 사람은 이 9단이었다”라고 받아쳐 웃음바다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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