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줄이 두 개만 남는다해도 연주 못할 곡 없어”

  • 동아일보

퓨전 재즈 기타의 거장 존 스코필드

2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미국 재즈 퓨전 기타 리스트 존 스코필드. 그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가장 뜨거운 무대를 펼쳤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2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미국 재즈 퓨전 기타 리스트 존 스코필드. 그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가장 뜨거운 무대를 펼쳤다. 프라이빗커브 제공
“전통을 중시하는 재즈 마니아 중엔 팻 메시니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아니다. 그는 위대한 팝 재즈 음악가잖나.”

‘팝 재즈’란 말에서 톡, 뼈가 씹혔다. 팻 메시니(61), 빌 프리셀(64)과 함께 세계 3대 재즈 퓨전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존 스코필드(64)의 모래알 섞인 듯 서걱대는 음성과 인상에서 피로와 예봉을 함께 숨긴, 서부영화 속 ‘전임 마을 보안관’이 보였다.

1970년대 데뷔한 그는 마일스 데이비스, 쳇 베이커, 게리 버턴, 허비 행콕 같은 거장과 일하면서 본인 앨범도 40장 넘게 낸 다작가다. 비밥, 블루스, 록, 펑크(funk)의 다채로운 벌판을 신출귀몰 누빈 전설의 총잡이.

24일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서 우버잼(¨Uberjam) 밴드와 함께 신명나고 밀도 높은 재즈 펑크를 들려준, ‘스코(Sco)’로 통하는 이 사나이를 이날 오후 만났다.

―아방가르드, 블루스 록, 펑크, 가스펠…. 최근 몇 년간 벌인 광폭 행보의 비결은 뭔가.


“젊었을 땐 음반사의 홍보를 위해 앨범마다 콘셉트를 바꾸기도 했지만 요즘엔 진짜 내가 좋아서 한다. 특히 블루스 연주를 많이 배운다. 비밥, 그리고 비비 킹. 난 거기서 왔다.”

―킹(14일 별세)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위대한 재즈 기타리스트들도 블루스를 연주했다. 하지만 그(비비 킹의) 사운드, 그 아티큘레이션(한 음 한 음 명료한 뉘앙스를 부여하는 것)…. 비비만이 기타 연주를 다음 레벨로 올려놨다. 열여섯 살 때 뉴욕에서 그의 공연을 여덟 번 보고 기타에 내 삶을 걸기로 했다. 내 연주 안에 비비가 있다. 그는 기타에게 노래하는 법을 가르쳤다.”

―만약 기타 줄이 두 개만 남는다면 뭘 연주하겠나.

“지금 레퍼토리 그대로. 비비를 봐. 두 줄로 모든 게 가능하다.”

―재즈 하면 피아노, 관악기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기타 재즈의 매력은….

“리드미컬하게 코드를 연주하는 동시에 목소리나 관악기처럼 멜로디를 표현할 수 있다. 벤딩(bending·줄을 밀어 올려 음높이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고.”

―당신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앨범은….


“마침 최근 유니버설뮤직코리아에서 LP레코드로 재발매한 ‘우버잼’(2002년).”

―새 앨범 계획은….

“조 로바노(색소폰), 빌 스튜어트(드럼), 래리 그레너디어(베이스)와 함께 연주한 내 신곡으로 채운 앨범 ‘패스트, 프레전트(Past, Present)’를 10월에 낸다.”

―펑크와 그루브(groove)에 대한 당신의 정의는….

“들으면 기분 좋아지고, 춤 못 추는데도 몸을 마구 흔들고 싶게 만드는 것.”

―메시니, 프리셀과 합동공연 열 생각은 없나.

“그러고 보니 셋이 한무대에 선 적이 없다. 누가 주선만 해준다면…. ‘노’란 답을 들을까봐 내가 그들에게 직접은 못 물어보겠다. 하하.”

―셋이 무대에서 딱 한 곡 합주한다면 뭘 고르겠나.


“음…. (9초간 고민하다) 완전한 즉흥연주. 아무런 테마도 없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존 스코필드#퓨전#재즈#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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