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혜나 “요가와 글쓰기… 비움의 역할 하는 점에서 모두 수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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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 낸 소설가 김혜나

요가 자세를 취한 소설가 김혜나 씨. 동료 소설가 황현진 씨가 촬영했다. 김혜나 씨 제공
요가 자세를 취한 소설가 김혜나 씨. 동료 소설가 황현진 씨가 촬영했다. 김혜나 씨 제공
우울증, 비만, 일용직. 최악의 조합.

소설가 김혜나 씨(33)의 20대는 그랬다. “오전 7시에 햄버거 가게에 나가서 알바하고, 번번이 본심에서 미끄러져 등단은 안 되고, 살은 좀처럼 안 빠지고…. 앞이 안 보였어요.” 문청의 낭만적인 고뇌가 아니라 출구 없는 20대의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그때 그가 택한 것은 요가였다. 2010년 장편 ‘제리’로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을 때 김 씨는 요가 강사라는 독특한 이력으로도 주목받았다.

산문집 ‘나를 숨쉬게 하는 것들’(판미동)은 김 씨가 들려주는 요가 이야기다. “32인치 청바지도 안 맞을 정도로 뚱뚱했어요. 별의별 다이어트를 해봤는데 살이 안 빠지는 거예요. 때마침 요가 열풍이 불었는데 이젠 이것밖에 없겠다 싶어 시작했어요.” 의외로 잘 맞았다. 6개월 만에 체중이 18kg 줄었다. 내친김에 요가지도자 과정도 등록했다. 소설가의 꿈은 여전히 열렬했지만 ‘소설가는 정규직이 아니니까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부업이 있어야겠다’는 판단도 있었다.

“처음엔 다이어트였는데 (요가를) 하다 보니 깨달았어요. 내가 작가가 되려는 욕망에 집착하고 있다는 걸. 작가가 돼야 행복하고 안 되니까 불행하다는 이분법에 사로잡혀 있었고요. 그런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김 씨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비하하고 자괴감에 빠졌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그는 결석과 정학을 반복하는 학창시절을 보냈고, 술 먹고 놀면서 하루하루를 ‘때우는’ 20대 초반을 지나,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다. 5년 넘게 습작에 매달렸는데 등단의 문은 열리질 않았다. 그는 그때 우연히 시작한 요가를 통해 욕망에 매달리는 대신 자신의 삶을 가꾸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꿈이라는 게 내 안에 있는 건데 나를 돌보지 않고 밖에서 내 삶을 소비해 왔던 거예요. 행복하게 살려면 남을 의식하는 시선을 닫고 내 안을 바라봐야 하는 거죠. 그걸 가능하게 해준 도구가 제게는 요가였어요.” 그렇게 스스로를 잘 가꾸고 나니 작가의 꿈도 이뤄지더라고 그는 말했다.

책에는 물고기자세, 나비자세, 비둘기자세 등 다양한 요가 자세도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글쓰기와 요가의 공통점을 물으니 김 씨는 “둘 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비워내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글쓰기란 결국 나를 사로잡았던 이야기가 내 안에서 나가도록 하는 것이잖아요. 요가도 호흡과 자세를 통해서 내 안의 고민과 사유를 털어내는 것이고요. 비움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요가와 글쓰기 모두 내게는 수련입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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