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39년 역사의 흔적 너머 세계적 美港으로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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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세계로! 名品 부울경]일제강점기에 항만도시로 개발
기형적 성장의 시기 극복하고 미래지향도시로 재도약 나서
전쟁 원조물자 항구이던 북항, 재개발 통해 세계적 명소 만든다

《 ‘수도권’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제2의 중심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이 명품(名品)으로 도약한다. 민선 6기 출범 1년, 새로운 ‘선장(船長)’의 취임 등이 계기다. 동남권은 지난해 말 기준 인구 80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7%를 차지한다. 2013년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38조7040억 원으로 16.7%였다. 경남의 GRDP는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 3위다. 기업체가 많은 울산의 1인당 GRDP는 5만5180달러로 단연 1위다. 이처럼 탄탄한 토대를 갖춘 동남권이 다시 한번 꿈틀거리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 ‘최고’를 꿈꾸는 자치단체와 항만, 관광단지와 기업, 그리고 대학을 만나본다. 》

명품 친수공원으로 개발되고 있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 조감도. 삭막했던 북항 일대가 문화예술 시설은 물론이고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 업무 시설 등이 들어서며 세계적인 미항으로 다시 태어난다. 부산시 제공
명품 친수공원으로 개발되고 있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 조감도. 삭막했던 북항 일대가 문화예술 시설은 물론이고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 업무 시설 등이 들어서며 세계적인 미항으로 다시 태어난다. 부산시 제공
부산의 역사는 곧 부산항의 역사다. 부산항은 한국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이자 출발점이다. 1876년 개항과 함께 무역과 상공업의 중심지로 근대도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일제에 의해 항만과 인접한 부분이 조계지(租界地·외국인이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로 지정되면서 항만도시로 개발됐다. 이 과정에서 도시의 기형적 성장과 시민의 삶의 질 저하가 나타나기도 했다.

139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빗장을 열었던 부산항 북항이 역사의 앙금을 걷어내고 세계적인 미항(美港)으로 거듭나고 있다.

부산항을 품은 듯 지난해 개통된 부산항대교(영도구 청학동∼남구 감만동)에 오르면 부산역과 북항 재개발사업 현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관(海關·당시의 세관)과 피란의 역사가 숨어있는 1·2·연안국제부두와 베트남 파병 흔적이 남아 있는 3·4·중앙부두가 용지 조성작업을 끝내고 반듯한 모습을 드러냈다. 4부두 자리에는 북항 재개발선도사업인 새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위용을 드러냈다. 범고래를 형상화한 터미널은 다시 그리는 북항 재개발의 제1호 건물. 7월 중 개장식을 갖고 유라시아 관문도시로 새 장을 연다.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이 진행 중인 이 구간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1950년대에는 전쟁과 원조물자 항구였다. 1960년대에는 수출형 항구로, 1970년대에는 대한해협을 건널 수 있는 부관 페리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한일 간 관광길을 텄다. 70년대 중반부터는 컨테이너 선박 입항으로 근대식 수송 체계의 혁신이 일어났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강서구 부산항 신항에 기능이 흡수되면서 2008년부터 시민을 위한 복합 친수공원 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1단계 사업 면적은 153만 m², 기반시설 사업비만 2조388억 원이 드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현재 기반시설 공사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는 용지 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매각 대상 용지 35만6000m² 중 절반가량은 현재 투자자와 협상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복합도심지구는 2011년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GS건설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협상이 진행 중이다. 정보기술(IT)·영상·전시지구는 지역 언론사 등과 참여 협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문화지구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 상징성과 원도심 도시 재생 및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오페라하우스 계획 부지 근처에 부산의 역동성을 담아낼 수 있는 야구장을 포함한 복합엔터테인먼트 시설 건립 방안도 논의 중이다. 마리나 시설은 민간사업자 국제 공모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다.

상업업무지구는 3개 블록 중 1개 블록이 국제여객터미널 건립 공사 대물변제로 팔렸고, 나머지 2개 블록은 올 하반기 매각에 들어간다.

상부시설 건축을 앞두고 부산시는 최근 사업주체인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 등 관계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명품 북항 창조 협의회’를 열었다. 부산시는 이 자리에서 북항 재개발지역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특별건축구역은 창의적인 도시 경관을 만들기 위해 2007년 도입한 특례 건축제도로 건폐율, 건축물 높이, 일조권 등 건축법 관련 법령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거나 발상이 독특한 아름다운 건물을 짓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부산만의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다.

북항 재개발지역과 원도심이 단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역 철도시설 재배치와 원도심 재생사업 등을 아우르는 그랜드마스터플랜(GMP)도 추진한다. 현재 용역 중인 북항 일원 해양경제특별구역 기본계획에 GMP를 추가하기로 한 것. 이는 부산시 해수부 부산해양수산청 부산항만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사업 추진 기관별로 생길 수 있는 ‘엇박자’를 사전에 조율하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북항 재개발사업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충장로 지하차도와 보행 덱(deck) 건설 분야. 친수 공원을 이용하는 유발교통량과 충장로 통과교통량을 원활하게 처리하고 시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충장로 지하차도 건설이 필수다. 규모는 길이 2.04km에 폭 4∼6차로. 기본설계를 끝내고 12월경 실시설계가 완료될 예정이지만 공사비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부산역 주변 원도심지에서 북항 재개발지역을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보행 덱 시설도 북항 재개발사업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사업이다. 부산역 2층 대합실에서 충장로를 가로질러 북항 재개발지 환승센터 3층으로 연결되는 폭 8∼60m에 길이 615m의 육교시설이다. 1000억 원 정도로 예상되는 공사비 확보가 관건이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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