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소수정예 영감에 의존… 엑소는 국내외팀 집단창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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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G-SM ‘프로듀싱’ 차이는

빅뱅과 엑소의 노래를 제품으로 본다면 그 뒷면 표기 내용이 판이하다.

둘의 차이는 제조자명에서부터 드러난다. 2007년 ‘거짓말’(작사 작곡 지드래곤·편곡 용감한 형제)부터 2015년 ‘루저’(작사 테디, 탑, 지드래곤·작곡 테디, 태양·편곡 테디)와 ‘배배’(작사 지드래곤, 테디, 탑·작곡 테디, 지드래곤, 탑·편곡 테디)까지 빅뱅의 11개 히트 곡의 곡당 평균 작곡자 수는 1.9명, 편곡자 수는 1.09명이다. 대개 작곡에는 지드래곤이, 편곡에는 테디가 가장 많이 참여했다. 빅뱅은 멤버 지드래곤, 태양을 중심으로 테디, 초이스37, 최필강, 디피 같은 YG 내부 프로듀서가 1, 2명씩 짝을 지어 모든 곡을 만들어낸다.

엑소의 노래를 만드는 이들은 완전히 다르다. 유영진이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은 데뷔곡 ‘마마’를 제외한 4개의 히트 곡은 평균 5명이 작곡, 4.5명이 편곡했다. ‘중독’은 작곡자에 7명, 편곡자에 8명이 이름을 올렸다. 테디 라일리, 언더독스, 디자인뮤직 같은 해외 작곡가팀이 국내 작곡가들과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협업한다. e메일이나 메신저로 노래 파일을 주고받아 첨삭하고 정기적으로 서울 청담동 SM 사옥에 모여 작·편곡 캠프를 열어 합작한다. 이성수 SM 프로듀싱그룹장은 “최소한 3, 4개 아티스트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된다”고 했다. 수백 곡을 후보 선상에 놓고 1, 2명이 만든 멜로디에 3, 4명의 편곡자가 살을 붙이는 작업을 반복하며 이를 평가하는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팀의 회의도 여러 차례 거친다.

YG와 빅뱅이 2, 3명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의 영감에 의지한다면, SM과 엑소는 집단지성에서 나오는 보편성을 시스템화해 뽑아내고 있는 셈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빅뱅#소수정예#엑소#집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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