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정 진제 스님 “마음의 갈등이 없어져야 평화가 찾아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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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을 맞아 모든 불자와 세계인이 ‘참 나’를 찾아가는 수행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마음의 갈등이 없어져야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지구상 갈등과 분쟁, 폭력과 전쟁이 없어질 겁니다.”(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81)

조계종은 15~17일 3일간 서울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를 연다. 세계 각국의 선승들이 참가하는 기원대회로 해외에서 300여 명의 스님과 이웃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한다.

이 행사는 진제 스님의 오랜 발원의 결실이다. 11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정사 금장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원대회를 준비 중인 종정 스님을 만났다. 종정 스님은 큰 행사를 앞둔 설렘에 표정도 목소리도 무척 밝았다.

―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불교계가 처음 여는 행사다. 광화문을 택한 이유가 있나.

“광화문(光化門) 광장의 광화란 뜻은 ‘차별 없는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는 뜻이다. 서경(書經) 구절 ‘광피사표 화급만방’(光被四表 化及萬方)에서 차용해 붙여진 이름인데, 이는 차별 없는 불이(不二)의 자비로 일체 중생을 교화하겠다는 무차법회의 의미와도 같다. 지리적으로도 많은 시민들이 모일 수 있다. 이런 법회는 두 번 다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귀한 법회에 모든 국민들이 오셔서 좋은 수행을 하고 가길 바란다.”

― ‘참나를 찾아서’란 법어집을 낼 정도로 참선수행을 강조해왔다.

“모든 갈등이 다 사람 마음 가운데 있다. 마음을 잘 쓰면 군자가 되고 못 쓰면 졸장부가 되는 거다. 밥 먹다가, 산책하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도 오매불망 참선을 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마음을 닦으면 가족, 이웃간에 성낼 일 없고 사회도 정치도 편안한 나날이 된다. 일상에 갇혀 있는 (자신의) 주인공인 참 나를 찾으면 모든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엔 어렵게 들려도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는 것도 똑같은 이치다.”

― 세계 각국은 저마다 다른 수행법이 다 있는데, 간화선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요즘 미국에선 심오한 진리, 고준한 법문에 매료돼 간화선을 정신문화로 주목하고 있다. 이젠 우리가 미국에 가면 개신교 신자가 돼 돌아오는 게 아니라 참선을 배우고 돌아오는 때가 됐다. 간화선은 바르게 하면 진리의 도가 열린다. 지름길인 셈이다.”

―광화문 광장에 아직 세월호 유족들이 있다. 아픔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16일 법문 끝에 세월호 희생자의 영가(영혼)들을 위로할 수 있는 말을 할 예정이다. 영혼들이 극락세계에서 평안하길 바란다.”

―정치권의 갈등이 심하다.

“여야가 늘 원수를 만난 것처럼 대한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듯 여와 야가 둘이 아니다. 참선으로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의 갈등을 해소해야 평등한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런 정치를 꽃 피워야 국민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

―대규모 심야 행사인데 준비에 어려움은 없었나.

“질서 정연하게 잘 치러야 한다. 그날 참선 수행법을 담은 작은 책자 ‘참나를 찾아서 큰 지혜를’을 광장 양쪽에 쭉 늘어놓고 나눠 줄 예정이다.”

―한국 불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법회로 보인다. 법어는 준비했나.

“‘옛 부처님이 나기 전에 누가 우주의 주인인가. 고요하고 고요해서 그 바탕은 평안한지라. 온 세계가 한 집이요 정이 있고 정이 없는 모든 만물이 한 몸이로다’로 시작하는 법문을 준비하고 있다. 참선을 다해서 인류 평화에 공헌하자는 뜻을 담겠다.”

부산=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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