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모은 한국 장면 8분 남짓… 한강 빼곤 홍보효과 “글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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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극장가 최대 이슈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시사회
주인공 질주하는 서울, 특색없어
수현이 맡은 닥터 조는 매력적
‘최강의 적’ 울트론 막으려 사력다해
세뇌당한 헐크-아이언맨 싸움 압권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캡틴 아메리카(왼쪽)와 퀵 실버가 서울 지하철 차량 안에서 울트론과 맞서고 있다. 지하철 내부에 한글은 붙어 있으나 좌석 배치 등은 국내에선 볼 수 없는 구조여서 해외 세트임을 짐
작하게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캡틴 아메리카(왼쪽)와 퀵 실버가 서울 지하철 차량 안에서 울트론과 맞서고 있다. 지하철 내부에 한글은 붙어 있으나 좌석 배치 등은 국내에선 볼 수 없는 구조여서 해외 세트임을 짐 작하게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개봉을 앞두고 주위에서 가장 많은 질문은 두 가지였다.

“재밌어?” “한국 (장면이) 얼마나 나와?”

21일 드디어 공식 시사회가 열려 이젠 답할 수 있다.

“음…, 너무 기대하지 않는다면.” “대략 8분쯤.”

23일 시작되는 초인들의 진격을 한반도는 어떻게 맞이할까. 》
○ 미래도시? ‘그냥’ 서울이 나온다.

지난해 3월 국내 촬영을 앞둔 마블 측은 한국을 “첨단 도시의 모습과 수려한 자연을 함께 갖춘 나라”라고 칭찬했다. 근데 어벤져스2에 나온 서울은 그냥 서울이었다.

일단 한국 분량은 러닝타임 141분 가운데 10분 20초 남짓. 이도 닥터 헬렌 조(수현)의 연구소로 설정된 스튜디오 촬영(3, 4분)을 빼면 실제 한국 촬영 장면은 7, 8분 정도 노출된다. 전혀 서울 지하철을 닮지 않은 지하철 내부 격투 장면을 포함해서. 당초 20분가량 될 것이라던 것과는 달랐다.

시간은 둘째 치고 어디서 ‘자랑스러운 서울의 풍광’을 찾아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와 블랙 위도(스칼릿 조핸슨)가 도심을 질주하며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는 동안 서울은 그냥 스쳐 지나간다. 한글만 아니라면 여느 서양인 눈엔 그저 아시아의 수많은 도시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1조 원의 홍보 효과를 창출한다는 건 어떤 셈법으로 나온 건지 또다시 궁금해진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한강이다. 호크아이(제러미 레너)가 모는 어벤져스 전투기 ‘퀸젯’ 아래로 시원스레 흘러가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유일한 한국인 출연자 닥터 조는 어떨까. 조연보다는 인상적인 단역에 가깝지만 매력은 있다. 영어가 뒷받침된 연기도 나쁘지 않거니와 세계적인 유전공학자란 설정이 꽤나 어울리는 스마트한 분위기를 지녔다. 그 덕분인지 닥터 조의 연구소로 등장한 세빛섬도 평소 보던 모습과 달리 있어 보인다. 뭣보다 어벤져스2에서 사상 최고의 적인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과 맞서 싸우는 데 가장 중요한 존재가 이 세빛섬에서 탄생한다.

진짜 어벤져스2가 우리에게 안겨준 선물은 따로 있다. 살다 보니 무감각해졌지만 스크린 속 서울은, 참 뿌옇다. 촬영 시기(지난해 4월 초) 탓도 있겠으나 황사라도 뒤덮인 듯 색감이 무미건조하다. 우중충한 건물에 온갖 간판으로 뒤엉킨 골목. 고맙다, 초인들. 덕분에 우리가 어떤 도시에 사는지 다시 느끼게 해줬다.

○ 진짜 최강의 적은 다음 기회에

21일 오후 어벤져스2의 예매율은 94.2%. 2011년 ‘트랜스포머3’가 개봉 전날 세웠던 역대 최고 예매율 기록(94.6%) 돌파를 눈앞에 뒀다. 현재까지 예매한 관객만 봐도 67만 명이 넘는다.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영화 줄거리도 알려질 만큼 알려졌다. 3년 만에 모인 어벤져스는 동유럽 가상의 나라 소코비아의 악당들을 습격하며 시작된다. 1편에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의 동생 로키가 지녔던 창을 되찾기 위한 것. 이 과정에서 만난 쌍둥이 초능력자 퀵실버(에런 존슨)와 스칼릿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는 웬일인지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창을 가져가도록 내버려둔다. 스타크는 ‘헐크’ 브루스 배너 박사(마크 러펄로)와 함께 이 창을 이용해 인공지능 평화유지프로그램 ‘울트론’을 만들려 시도한다. 그러나 울트론은 그들의 예상과 달리 인간에게 증오를 품게 되는데….

미국 영화 전문 사이트 IMDb에 따르면 어벤져스2의 제작비는 2억5000만 달러(약 2700억 원)로 추정된다. 막대한 비용만큼이나 어벤져스2의 전투 장면은 화려하다. 후반부 울트론에 맞선 초인 연합의 싸움도 근사하지만, 스칼릿 위치에게 세뇌당한 헐크와 ‘헐크 버스터’로 무장한 아이언맨과의 일대일 매치는 쫄깃하다. 주로 아이언맨이 쏟아내는 개그도 1편 못지않다.

그러나 짜임새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겨우 2시간 분량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탓일까. 코스요리를 먹는데 먹던 음식을 억지로 치우고 디저트를 받아 든 기분이 여러 차례 든다. 특히 울트론은 사상 최강의 적이라더니 왜 이리 무력한지. 다음 편에 또 다른 ‘진짜’ 최강의 적을 내놓기 위한 포석이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최근 조스 웨던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더이상 어벤져스 연출은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우린 그 이유를 영화를 보면서 깨달을지도 모르겠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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