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23일 ‘세계 책의 날’ 맞아 靑에 “독서장려 위해 나서달라” 요청
2014년 성사 직전 세월호 참사로 무산
2011년 텍사스의 한 초등학교에서 그림동화를 읽어주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인터넷 캡처
올해는 한국에서도 ‘책 읽어주는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
‘세계 책의 날’(매년 4월 23일)을 앞둔 출판계가 청와대의 선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이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는 행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출판계에 따르면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달 중순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박 대통령이 ‘세계 책의 날’ 즈음에 초등학교를 방문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사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상황에서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SOS를 보낸 것.
우리나라의 성인 연간 독서율이 1994년 86.8%에서 2013년 68.8%로 대폭 하락한 데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새 도서정가제 여파로 올 1분기 출판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한 어린이책 출판사 관계자는 “1, 2월 어린이 책 판매가 60% 이상 감소했을 정도로 최악”이라며 “박 대통령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그 책들이 화제가 돼 조금이라도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기간에 읽기 위해 구입한 이이의 ‘답성호원’, 로맹 가리의 ‘유럽의 교육’ 등은 화제가 됐고 판매량도 늘었다.
출판계는 지난해 ‘세계 책의 날’에도 같은 요청을 했다. 당시 청와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출판인들의 기대가 컸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강조하면서 영화와 연극을 보는 등 문화 현장에는 자주 방문하지 않느냐”면서 “출판계는 너무 어려워 상대적 박탈감이 큰 만큼 독서 행사 요청을 들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출판계의 소망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6∼27일 남미 순방이 잡혀 있는 등 향후 일정상 박 대통령이 책 읽기 행사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 측은 “청와대에 일단 보고는 했지만 아직 확답은 듣지 못했다”며 “‘세계 책의 날’이 어렵다면 4월 ‘문화가 있는 날’(29일)에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대통령이 초등학교를 방문해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자주 화제가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1년 10월 텍사스의 한 초등학교에서 그림동화를 읽어주는 모습을 선보여 대중적 친밀도를 높였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2002년 휴스턴의 한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행사를 가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부시 전 대통령이 책을 거꾸로 들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확산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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