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老시인들, 시론 담긴 산문집 나란히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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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수업 천양희…’ ‘꿈꾸는 시인’

“시인이 남겨두어야 할 것은 시인의 발자취가 아니라 시정신이다. 시와 시정신은 시인의 결핍과 편견까지도 극복해 주기 때문에 시와 시정신은 시인보다 위대하다고 말할 것이다. 시인들은 돈도 밥도 안 되는 시를 쓰면서도, 시에 운명을 걸고 시에 순정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천양희)

“(정말로 좋은 시란) 글의 형식은 단호하게 짧아야 하며 시에 동원된 언어는 쉽고 평이하면서도 아름다워야 하고 시의 주제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것이어야 한다. 좋은 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오랫동안 만나 온 사람들처럼 만들어 준다.”(나태주)

70대 중견 시인들의 시론이 담긴 산문집이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직소포에 들다’ ‘마음의 수수밭’을 쓴 천양희 시인(73)이 ‘작가수업 천양희-첫 물음’(다산책방), ‘풀꽃’의 나태주 시인(70)이 ‘꿈꾸는 시인’(푸른길)을 선보였다.

등단 50년 동안 한결같이 시를 써온 천 시인은 시를 ‘내 팔자’ ‘생업(生業)’ ‘시업(詩業)’이라 부른다. 그러면서 “시업과 사업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요즘은 시집이 너무 많고 시인도 너무 많아 가끔 ‘시멀미’가 날 때가 있다”고 일갈한다.

시집 35권을 낸 나 시인은 소설가나 수필가 등과 달리 ‘집 가(家)’가 아닌 ‘사람 인(人)’을 쓰는 시인의 자격을 설명한다. “시인은 끝까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인간의 본분과 인간의 냄새를 잃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부드럽고 촉촉하며 세상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어야 하겠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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