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무대 ‘명품 조연’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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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림걸즈’에서 왕년의 스타 가수 ‘지미’ 역을 맡아 열연 중인 배우 최민철.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림걸즈’에서 왕년의 스타 가수 ‘지미’ 역을 맡아 열연 중인 배우 최민철. 오디컴퍼니 제공
“주연이야, 조연이야?”

배우라면 누구나 주연을 꿈꾸지만 최근 뮤지컬 업계에서 명품 연기로 주연 못잖은 존재감을 보인 조연 배우들이 적지 않다. 명품 조연 3명에게 ‘주연 같은 조연’의 얘기를 들어봤다.

뮤지컬 ‘드림걸즈’의 주인공은 ‘더 드림스’의 전현직 멤버 에피 화이트, 디나 존스. 하지만 관객 반응을 쉼 없이 이끌어 내는 인물은 따로 있다. 한때 잘나가다 망가진 가수 ‘지미’ 역의 최민철이 주인공급 조연이다. 허세 가득한 표정과 100숟갈의 버터를 단숨에 삼킨 듯한 느끼한 목소리가 일품이다. 최민철은 16일 “이 바닥에선 지미처럼 잘나갔지만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배우라면 지미라는 캐릭터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작품에선 황후 암살범이나 중세시대 인물을 연기했죠. 우리가 실제로 만날 수 없는 캐릭터예요. 하지만 지미는 늘 우리 곁에 있는 듯한 사람이죠. 그래서인지, 연기할 때 더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어요. 특히 주연이란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도 비결이죠.”

‘로빈훗’에서 익살스러운 왕 ‘존’ 역으로 주인공 못잖은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서영주. 쇼홀릭 제공
‘로빈훗’에서 익살스러운 왕 ‘존’ 역으로 주인공 못잖은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서영주. 쇼홀릭 제공
뮤지컬 ‘로빈훗’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뽑으라면 단연 존 왕 역의 배우 서영주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인절미처럼 차진 대사 처리가 돋보인다는 평. 위엄 있는 왕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나약하고 떼만 쓰는 존의 내면을 실감나게 드러냈다. 자신의 형을 몰아낸 반역자에게 아첨해 ‘허수아비’ 왕이 된 그가 늘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얄밉다기보단 안타까울 정도다. 서영주는 “처음에 대본을 받고 존의 대사가 너무 가벼워 관객들이 ‘또라이’라고 느끼면 어쩌나 고민이 컸다”며 웃었다. 존 왕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은 계기는 ‘땅콩회항’ 사건. “왕용범 연출이 존 왕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닮은꼴이라고 하더군요. 갑이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이 을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요. 덕분에 캐릭터 분석이 쉬워져 맘 편히 연기할 수 있었죠.”

‘라카지’에서 장면 전환 때마다 해설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자코브 역의 배우 김호영. 랑 제공
‘라카지’에서 장면 전환 때마다 해설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자코브 역의 배우 김호영. 랑 제공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라카지’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에서 동성애 나이트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중년 남자 동성애 커플 조지와 앨빈이 주연인 뮤지컬이다. 앨빈의 하녀 인 자코브 역의 김호영의 연기가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두루 얻었다. 특히 장면 전환 때마다 출연해 관객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수다스럽고 주책 맞은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냈다. 김호영은 직접 자코브의 대사를 쓰고 각색도 했다.

그는 자코브 역을 제안받기 전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 주연을 맡고 있었다.

“다들 주연급이 왜 조연을 하냐며 말렸지요. 대본을 읽었는데 자코브의 대사가 입에 착착 감기더라고요. 비중이 작으면 어때요.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인데.”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명품 조연#드림걸즈#로빈훗#라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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